‘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 피해자인 고(故) 이모 중사가 강제추행 당시 상황이 모두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직접 경찰에 제출했으나 군 내부의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중사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정환 변호사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해자가 사건 직후 직접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해 경찰에 제출했다”며 “중요한 증거 중 하나였기 때문에 경찰이 영장실질 당시 제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인에 대한 강제추행은 굉장히 엄격하게 처벌하게 돼 있다. 피해자도 군에 계속 보고했고 정신적 피해가 상당한 상황이었다. 감경하더라도 법정형이 3년6개월 이상”이라며 “더군다나 상관들의 계속된 회유와 협박으로 증거인멸의 우려도 매우 컸는데 구속영장이 진작에 청구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블랙박스 안에 담겼던 해당 사건은 지난 3월 2일 발생했다. 당시 군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회식이 전면 금지돼 있었다. 김 변호사는 “군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공식적인 회식 자리도 아니고 선임 중사의 지인 개업식이었다”며 “피해자를 회식에 참여시키기 위해 야근까지 바꾸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가해자의 강제추행은 회식이 끝난 뒤 돌아가는 차량 뒷좌석에서 있었다. 김 변호사는 “바로 다음 날 공식적인 신고가 있었다. 사건 직후 (피해자가) 선임에게 전화해 피해를 알렸기 때문에 아마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지휘관까지 보고가 됐었을 것”이라며 “매뉴얼대로 진행되고 피해자가 보호를 받았다면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피해자의 남자친구도 ‘신고가 이뤄지면 회식 때문에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다’ ‘가해자의 인생을 생각했을 때 한번 용서해 주는 게 어떤가’라는 내용의 회유를 받았다”며 “파악한 바로는 전체 참여 인원이 5명 이상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한 상황이었다. 부대 전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에 회유를 했다는 게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전했다.
이 중사는 지난달 18일 다른 부대로 전속됐으나 그곳에서마저 관심병사로 취급되며 심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먼저 와 있던 이전 부대 인원들의 말이나 행동에서 피해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피해자가 받았다”며 “성폭력 피해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해사실이 수사기관과 일부 지휘관 외에는 알려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통상의 절차를 넘어서는 수준의 대면보고라든가 전입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군 내부에서 발생한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직접적인 2차 가해 인원은 2~3명 정도”라며 “사실관계에 따라서 범위는 더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단 최고사령부까지 통상적으로 보고가 된다고 본다. 지휘관이 몰랐다고 하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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