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집권해온 베냐민 네타냐후가 총리에서 물러난다. 다만 중도를 중심으로 좌파, 우파, 아랍계까지 모두 참여하는 연정이라 정국 안정 여부는 미지수다.
2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은 ‘반네타냐후 블록’ 9개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9개 정당이 보유한 의석수는 68석으로 전체 크네세트(의회) 의석수 120석의 절반을 넘는다.
연정 타결 사실을 들은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정부 구성에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 대표의 전화를 받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1주일 이내 실시되는 의회 신임 투표 절차만 거치게되면 이들 연정이 공식화된다. 다만 현재 크세네트 의장은 리쿠드당 소속이다. 마지막까지 연정 합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시간을 지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연정에는 지난 3월 총선에서 원내 제2당이 된 예시 아티드(17석),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을 비롯해 아랍계 정당연합인 조인트 리스트(6석), 극우 성향의 야미나(7석) 등도 참여했다.
합의에 따라 전반기 임기 2년 동안 총리직은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가, 외무장관직은 라피드 대표가 맡고, 후반기에는 두 사람이 역할을 맞바꾼다.
청백당 대표를 맡고 있는 베니 간츠 국방장관은 이번 연정에서도 직을 유지한다.
정당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번 연정에는 중도를 중심으로 좌파와 우파와 함께 극우, 아랍계까지 동거하는 ‘무지개’ 연정이다.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의 이념적 지향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국 안정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연정 내 극우 정당과 아랍계 정당은 갈등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워싱턴포스트(WP)는 이들이 경제, 의료, 교육 등 합의된 의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무려 4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2019년 4월과 9월 총선 후에는 연정 구성에 실패했고, 지난해 3월 총선 후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간츠 대표의 청백당이 연정을 구성했지만 7개월 만에 파국을 맞은 바 있다.
연정이 들어서면 네타냐후 총리는 2009년 3월 집권한 이후 12년2개월 만에 총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총리직에서 물러나자마자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