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전달한 1000만원은 영상 삭제 대가가 아니라 합의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차관은 아무런 잘못 없는 택시기사분에게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3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전날 SBS가 공개한 폭행 영상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6일 택시기사 폭행 당시 모습이 맞는다”고 밝혔다. 이어 “술에 만취해 사람과 상황을 착각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어떤 이유라도 사람을 폭행한 사실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차관은 1000만원을 택시기사에게 송금한 이유에 대해 “통상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이었지만 당시 변호사였고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위 금액을 드리게 됐다”며 “다만 합의를 하면서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조건부로 합의 의사를 타진한 사실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합의금이 영상 삭제의 대가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차관은 합의 후 택시기사와 진술 내용과 관련해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간혹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호사로서 그런 시도를 한 점은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택시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실제 있었던 대로 운전석에서 멱살을 잡혔다고 진술했고 이 진술을 토대로 사건 처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택시기사와 합의한 후 영상을 지우시는 게 어떠냐는 요청을 한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택시기사가 요청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는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청한 이유에 대해 “영상이 제3자에게 전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뿐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택시기사가 실제 블랙박스 영상 원본이나 촬영한 영상 원본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초경찰서의 사건 처리 과정에는 어떤 개입이나 관여도 하지 않았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 억울하게 입건까지 된 택시기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의 폭행 의혹은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택시기사 폭행이 특가법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서초서 관계자들의 직무유기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 차관의 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