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차세대 소규모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손을 잡았다.
게이츠는 2일(현지시간) 마크 고든 와이오밍주(州) 주지사가 주재한 화상회의에서 자신이 설립한 원전기업 테라파워가 버핏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와 함께 와이오밍주의 한 폐쇄 석탄공장 부지에 나트륨을 이용한 핵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고 AP, 스푸트니크통신 등이 보도했다.
게이츠는 “와이오밍주는 한 세기 넘게 에너지에서 선두주자였다”면서 “우리는 나트륨에 대한 투자가 와이오밍을 다가올 수십년 동안 선두를 유지하게 해줄 것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나트륨이 에너지 산업에서 ‘게임체인저(game-changer)’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와이오밍주는 미국 최대의 석탄 생산지로 석유, 천연가스 등의 자원도 풍부하다. 이들에 따르면 나트륨 원자로가 건설될 정확한 장소는 연말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체가 건설할 차세대 원자로는 345MWe(메가와트) 규모이고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이다.
기존 경수로나 중수로와 달리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시켜 만들어진 증기로 전기를 생산한다.
게이츠는 이번에 건설 계획을 밝힌 소형 원전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정도가 투입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약 15년 전 테라파워를 설립한 게이츠는 그동안 에너지 분야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2월 출간한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멈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언급을 했다. 그는 책에서 “원자력이 자동차나 화석연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면서 원전의 문제는 혁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든 주지사는 이날 소듐냉각고속로에 대해 “이것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가장 빠르고 명확한 길”이라고 말했다.
소듐냉각고속로는 물 대신 소듐을 냉각재로 쓰는 차세대 원전이다. 열중성자를 이용하는 경수로와 달리 고속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물이 아닌 액체 소듐으로 전달해 증기를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폐기물량을 크게 줄이는 점 등으로 인해 대표적인 차세대 원전 시스템으로 주목받아왔다. 반면 소듐냉각고속로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공기·물과 접촉 시 화재와 폭발 등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