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접종률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3일 0시 기준으로 1차 누적 접종자는 674만1993명으로 전체 인구(5100만명)의 13.1%에 해당된다. 2차까지 접종 완료자는 222만728명으로 4.3%다.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이고 접종 인프라도 온전히 갖춰지면서 접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접종자가 늘면서 이른바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s)’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 방역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돌파 감염은 정해진 접종 횟수를 다 마치고 2주의 항체 생성 기간이 지난 뒤에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들어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완료한 사람이 면역이 형성되는 14일이 경과하고 나서 양성으로 확진되는 것이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백신 접종자가 늘수록 돌파 감염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철저한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
이근화 한양대의대 미생물학 교수는 3일 “돌파 감염의 경우 무증상이 많고 중증도와 감염력도 떨어질 걸로 보이지만 결코 방심해선 안된다. 경우에 따라 면역효과를 강화하거나 지속하기 위해 한 번 더 백신을 접종하는 ‘부스터샷’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의 한계, 면역 반응 차이, 변이 때문
돌파 감염의 발생 원인으로는 백신의 불완전성, 면역 지속성의 한계, 개인 면역 반응 차이, 변이 바이러스 등이 꼽힌다. 현재 국내외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효과가 어느 정도 검증됐지만 그렇다고 100% 방어 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임상시험(3상)을 통해 확인된 예방 효과는 화이자 백신 95%, 모더나 백신 94%,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2~90%(평균 70%), 얀센 백신 66% 등이다.
면역 효과도 일부 연구를 통해 6개월~1년 정도 지속되는 걸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하다.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 반응이 개인별로 다른 점도 돌파 감염에 영향을 준다. 면역력 약한 사람은 백신을 맞아도 중화항체를 만드는 B세포의 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접종 후 면역 형성 기간인 14일 이내에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기존 백신을 회피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돌파 감염이다. 몇몇 연구를 통해 남아공이나 브라질, 인도 변이 등은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실제 성인의 50% 이상인 1억2900만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의 경우 1만건 넘는 돌파 감염이 발생했으며 상당수는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2차 접종까지 마친 18세 이상 미국인 1억100만명 가운데 1만262건(0.01%)의 돌파 감염이 발생했다. 27%(2725명)는 무증상이었으며 10%(995명)는 입원, 2%(160명)는 사망했다.
유전체분석검사를 받은 555명 가운데 64%(356명)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55.8%(199명)는 영국 변이, 24.7%(88명)는 캘리포니아 변이(B.1.429), 7.9%(28명)는 또 다른 캘리포니아 변이(B.1.427), 7.9%(28명)는 브라질 변이(P.1), 3.7%(13명)는 남아공 변이(B.1.351)로 파악됐다.
CDC는 “코로나19 백신이 꽤 효과적이지만 돌파 감염은 인구에 충분한 집단면역이 이뤄져 더 이상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될 때까지는 소수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변이 ‘우세종’ 되면 돌파 감염 많아져
국내에선 지난달 31일 0시 기준으로 9건의 돌파 감염이 공식 보고됐다. 같은 달 21일 0시 기준 4명에서 열흘 새 5명이 늘었다. 이는 당시 접종 완료자 214만3385명 대비 0.0004%에 해당돼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돌파 감염자 9명 모두 화이자 백신 접종자로 파악됐다. 다만 지금까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돌파 감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방역당국 설명이다.
이근화 교수는 “전염력이 센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 돌파 감염이 많아질 수 있다. 그 전에 최대한 효과좋은 백신으로 접종을 빨리, 많이 진행해서 집단면역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우리나라 변이 바이러스 검출 추세로 볼 때 7월쯤에는 50%를 넘을 수 있다. 어떠 변이든 50%를 점으면 우세종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4월 마지막 주(4월 25~5월 1일)에 14.8%였던 것이 최근 2주간(5월 23~29일 33.1%, 5월 16~22일 35.6%) 30%대로 껑충 뛰었다. 주요 변이 4종류(영국·남아공·브라질·인도 변이) 가운데 영국 변이가 가장 많이 검출되고 있는데, 일각에선 이르면 이달 내 우세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이 상당히 진행된 영국과 미국 등의 경우 우세종이 된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재차 봉쇄를 하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영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면서 “돌파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 전장 유전체분석을 통해 항체 정도(면역 지속 기간)가 떨어져서인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를 면밀히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파 감염의 발생 추이는 부스터샷 접종과도 연계된다. 이근화 교수는 “향후 항체 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에 기존 백신을 한 번 더(3차 접종) 맞든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한 ‘업그레이드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부스터샷 접종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부스터샷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제약사들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한 개량 백신 개발에 들어가 추가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