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檢 인사 해달라” 고언 들은 金… ‘탕평’ 확인될까

입력 2021-06-02 20:04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김오수 검찰총장이 일선의 고언을 들은 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인사 협의에 들어가는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이번 인사에 탕평(蕩平) 의미가 담길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 1년여간 검찰 인사가 내부 갈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던 점, 김 총장이 일선의 우려를 경청하겠다고 밝힌 점, 총장 취임 직후 인사는 신임 총장의 의중이 비교적 크게 반영됐던 관례 등이 더해진 관측이다.

김 총장은 2일 박 장관을 만나 50분간 환담하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대략적인 검사 인사 기조를 전달했다. 지난해 정권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이 좌천됐다는 사실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박 장관과의 환담 뒤 기자들을 만나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이 훌륭한 분이고, 좋은 말씀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에 “주어진 사건에 최선을 다한 검사들이 특정 수사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인사 등에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김 총장과 박 장관은 3일 오후 4시 서울고검에서 다시 만나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 인사를 놓고 구체적인 협의를 하기로 했다. 둘의 협의는 검찰 내 사법연수원 24~26기의 고검장 승진, 27~30기의 검사장 승진을 뼈대로 한다. 29기와 30기는 이번에 첫 검사장을 배출할 전망이다. 추려진 승진·전보 대상자들을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찰청 참모진 같은 주요 보직에 어떻게 안배하느냐를 놓고서도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게 된다.

법조계는 이번 검찰 인사가 총장 의견 배제, 친정권 중용으로 기록됐던 최근 1년여와는 어떤 식으로든 다른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본다. 후배들의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 취임한 김 총장에게는 이번 인사가 검찰 내부의 평판을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 정권 입장에서도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역할을 맡은 김 총장에게 힘을 실어줄 때라는 해석이 많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총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권이며, 협의에서 양보할 수 없는 보직들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인사에 ‘총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와야 검찰 조직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날 김 총장을 만난 고검장들도 “지금 인사를 똑바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탕평 인사의 관건은 지난해 정권 수사에 관여하다 좌천됐던 검찰 간부들의 행선지가 될 전망이다. 법조계는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총괄한 뒤 여러 차례 인사명령을 받았던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인사에 주목한다. 다만 좌천됐던 검사들이 단번에 ‘화려한 복귀’를 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탕평이라 부를 만한 인사가 단행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검사장급보다는 중간간부급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이번 인사는 그간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지 않은 검사들을 중용하면서 조직의 불만을 해소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법조계는 예상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친정권’ 중용이 ‘중간지대’ 검사들에 대한 요직 안배로 변화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를 탕평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또다시 다양한 관점이 제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