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16명 전원 무혐의?’ 부동산 비리 수사 “기대 이하” 지적도

입력 2021-06-02 19:51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 및 수사 중간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정부가 지난 3월 합동조사단을 출범하며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에 나선 지 91일 만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위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3개월에 걸쳐 2800여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34명이 구속됐고 908억원의 재산이 몰수·추징 보전조치 됐다. 전직 차관급 기관장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 등 공직자들의 불법 행위도 확인됐다. 다만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여러 공직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를 확인했다”며 “국무총리로서 이러한 불법 혐의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김 총리는 “‘불법적 투기는 반드시 처벌받고, 불법 투기수익은 모두 몰수 추진된다’는 상식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초 내부 정보를 활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실 주도의 조사를 지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꾸려져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도 전국 43개 검찰청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집중수사에 나서고 있다. 국세청은 개발 지역 토지 거래 가운데 탈세가 의심되는 45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종결한 94건에 대해 534억원 규모의 증여세와 법인세를 추징키로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도 부동산 관련 위법·불법 대출이 의심되는 4개 금융회사를 조사해 43건(67명)을 수사 의뢰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주요 공직자는 국회의원 16명, 지방자치단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지방의회 의원 55명, 국가공무원 85명, 지방공무원 176명, 기타 공공기관 47명 등이다. 다만 수사 규모에 비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수본은 현재 국회의원 16명을 조사하고 있지만 대부분 혐의가 없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현재 강제수사가 이뤄진 대상은 국민의힘 소속 강기윤 의원 1명 뿐이다.

이에 대해 특수본 관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하고 있지만 애초에 제기된 의혹 외에 별다른 내용이 없다”며 “혐의가 없다고 해서 부실수사나 맹탕 수사라고 비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LH 부동산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 관계자는 “짧은 시간 내 정부 합동으로 대규모 수사가 진행된 부분은 성과”라면서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결과는 상대적으로 아쉽다. 최종 조사까지 지켜보겠다”고 평가했다.

특수본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고 누차 강조하면서도 정치적 시비를 우려해 조사 대상 의원들의 당적 등 기본적인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시민단체나 언론 등 객관적인 외부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방 의회와 지방 공무원들 사이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법 부동산 투기가 전국적으로 만연해있던 만큼 향후 상시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감시하고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판 김영선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