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시 한 채소농장에서 30대 캄보디아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이하 센터)는 캄보디아 국적 엘리(31)씨가 경기도 포천시 한 채소농장 기숙사에서 지난달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고 2일 밝혔다. 엘리씨는 홀로 잠든 뒤 다음날 잠에서 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에 따르면 포천경찰서는 현재 엘리씨의 부검을 마친 상태로 타살 혐의점이 있는지 등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돌연사’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씨는 취업비자를 가진 상태로 한국에서 일한 지는 총 9년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한 차례 국내에 들어와 일한 뒤 자국으로 돌아갔다가 수년 전 다시 들어와 일했다고 한다. 캄보디아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는 게 같은 농장 동료 외국인 노동자의 증언이다.
동료들은 엘리씨가 평소 건강했고, 지병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애초 지병이 있었다면 고강도 업무가 진행되는 채소농장에서 일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목사)도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엘리씨의 죽음 뒤에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이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채소농장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1년 3000시간의 근무를 하고 한 달에 이틀가량 쉬는 형편이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시간이 없고, 진료를 받고 싶어도 고용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김 목사는 “살인적 노동시간 배제하고, 단순히 돌연사로 마무리하는 건 난센스”라며 “정확한 사망원인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0일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누온 속헹(31)씨도 포천시 일동면의 농장 비닐하우스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사인은 간경화였지만,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한파에 난방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엘리씨가 일했던 농장은 속헹씨 근무지로부터 차로 30분 거리로 알려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