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男교사들의 치마 입기 운동…“용기 있다”vs“과하다”

입력 2021-06-03 00:21
치마를 입고 출근하는 운동에 참여한 스페인 남자 교사들. 트위터 갈무리

스페인의 남자 교사들이 치마를 입고 교단에 섰다. 성별에 따른 옷차림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운동 차원에서다. 이에 학부모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에서 한 남학생이 치마를 입고 학교에 왔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사건을 계기로 ‘옷에는 성별이 없다’라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메트로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실제로 이 학생은 학교에서 쫓겨나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됐다. 해당 사건을 지켜본 남자교사 호세 피냐스는 학생이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고 생각해 치마를 입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모교 교단에서 제자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20년 전 이 학교에 다닐 때 성적 정체성 때문에 놀림감이 됐는데 하나도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며 “그래서 치마를 입고 학생들 앞에 섰다”고 말했다.

스페인 카스티야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마누엘 오르테가(37)와 보라 벨라스케스(36) 두 사람도 최근 함께 치마를 입고 출근했다. 이들은 만화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고 등교한 한 남학생이 또래 아이들에게 “여성스럽다”라고 놀림 받는 모습을 보고 이런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오르테가는 “옷에는 젠더의 구별이 있을 수 없는데 학생들이 구별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편견을 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호세 피냐스 트위터 캡처

그는 절친한 동료 교사 벨라스케스와 ‘치마 등교’를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알려주고 싶다는 이유에서 치마 입은 남자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고정된 성 관념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이들의 용기 있는 움직임에 많은 학부모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3세 아들을 둔 학부모는 “어제 아들이 치마를 입고 학교에 갔다”며 “아들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함께하기로 했는데 정말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다른 학부모 역시 “당신들의 태도를 높이 산다”고 격려를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과하다”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몇몇 이들은 “나는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자)가 아닐뿐더러 어떤 종류에 대해서도 혐오를 하지 않는다. 근데 굳이 남자들이 학교에 치마를 입고 가야 하는 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가?” “하이힐에 마스카라까지 하고 다니지?”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