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웃는 조선업계…“인재 없어 호황 놓칠라, 육성에 총력”

입력 2021-06-03 05:30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LPG선. 현대중공업 제공

국내 조선업계에 연일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조선산업의 패러다임이 친환경과 스마트 선박으로 옮겨오면서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하지만 산업이 장기 불황을 겪었던 탓에 인재 풀이 작아지고 비정기적인 채용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회로 이어가기 위해선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올해 수주 목표치의 61.3%를 채웠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5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수주 실적을 뛰어넘었다. 하반기엔 카타르가 추진하는 LNG선 대량 발주 등 호재들이 남아있어 긍정적 전망이 커지는 분위기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러나 조선 3사의 인력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3만3403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9년 대비 806명이 줄어든 수치다. 문제는 올해 3월을 기준으로 한 임직원수는 3만2180명으로 3개월 사이 1223명이 줄어들었단 것이다. 조선사 인력 감소폭은 매년 커지는 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어렵게 찾아온 호황을 제때 대응하지 못해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호황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업계 선두 자리를 중국이나 일본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 액화천연가스(LNG)’가 될 수소, 암모니아 등을 활용한 친환경 선박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인재 확보가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다.

지난해 1월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 3사가 필요로 하는 친환경 스마트 선박 분야 기술인력 수요는 315명에 달한다. 하지만 장기불황 여파로 아직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조선사들은 인재 투자나 채용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주 후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1~2년이 걸리는 조선업 특성상 업계는 2022년까지는 긴축 경영을 이어가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언제 또 상황이 나빠질지 모르니 갑자기 인력을 대거 채용할 수도 없는데다, 아직 실적 회복이 되지 않아 그럴 만한 여력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 제공

현재 대부분의 조선사들은 연구 인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수시채용 형태로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 다만 조선업의 장기불황 탓에 조선해양 전공인재들이 전공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약해지면서 인재 풀 자체가 작아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은 앞으로 점점 더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간 중장기 인력 양성 사업에 대한 계획이 미흡했기 때문에 늦었더라도 정부와 산업체, 대학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일관되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인력 양성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3사 중 인재 육성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서울대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자율운항·친환경·고효율 선박 개발 등의 산학과제 수행을 통해 AI와 제조기술을 융합한 ‘AI+X 솔루션’ 확보를 목표로 인재를 양성키로 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이날 “조선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미래 기술 관련 인재 확보가 그룹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적인 사안이 됐다”며 “선제적인 AI 기술 개발과 인재육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우수인재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현중장학생 제도’도 진행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