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반대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뺨을 맞더라도 설득을 해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치우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경선에 뛰어든 김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 인터뷰 “대선 국면을 맞으면 최고위원회의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텐데 그때 나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3선 의원 출신인 김 전 의원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정책위의장 등을 지냈으며 당내 전략통으로 손꼽힌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권 교체라는 대의가 중요한 것 아니냐”
-윤 전 총장에게 기소됐던 악연이 있음에도 출마 선언문에서 영입을 강조하셨는데.“우리가 윤 전 총장과 함께하지 않으면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우리끼리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다. 우리끼리 문 닫고 경선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당이 망조가 드는 것이다. 제가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윤 전 총장 영입이나 연대에 조건을 달려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걸 막아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함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도록 만들겠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과거 ‘적폐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데.
“개인적인 사정은 일단 참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저도 뭐 할 말이 없는 게 아니지만 그것보다 대의가 중요하고, 정권 교체를 위해 다 뛰고 있는 것 아니냐. 박찬종 전 의원이 전화를 하셔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반대하거나 방해하는 자는 천하의 역적’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꼭 최고위원이 될 것’이라고 응원을 하셨다. 문재인정권은 노무현정권보다 정말 비이성적이다. 문재인정권은 ‘촛불정권이기 때문에 우리가 옳다’ 이런 것 같다. 이런 정권은 절대로 연장이 되면 안 된다. 만약 이런 정권이 연장된다면 국민은 더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그렇기에 정권 교체 말고 다른 얘기할 필요가 없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시는데.
“저는 친박이 맞다. 제가 벗어날 생각도 없고, 부인할 생각도 없다. 다만 친박계는 이제 다 멸종돼서 계가 없다. 친박이라는 게 ‘주홍글씨’처럼 치부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시대의 주류세력을 친박이라고 한 것 아니냐. 저는 친박을 내세워서 크게 이익을 취한 적이 별로 없다. 친박 정치의 폐해에 가담한 적도 없고 사실 피해만 봤다. 공천 3번 떨어진 게 친박이라는 이름으로 떨어졌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한 입장은.“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면 사면을 하는 것이지 우리를 불쌍하게 여겨서 하는 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형기를 다 채우면 100살 가까이 된다. 그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별로 없다. 현 상태에서 이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은 대통령의 사면권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을 위해서도 사면을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탄핵의 그 반사이익은 다 가져갔다. 그 한풀이를 문 대통령이 하는 게 맞다. 그래서 이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당대회 ‘이준석 돌풍’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당원들이 유권자인 선거인데, 유권자 아닌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준석 전 최고위원 자체의 정치적인 그동안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 전 최고위원이 정말 잘했고, 당에 많은 공헌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2등 하는 거까지는 박수를 치지만 1등은 다르다는 얘기가 있다. 대선이라는 대사건을 앞뒀는데 그에 대한 전권을 맡길 수 있느냐는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는 전당대회가 재밌었는데 결과는 이건 아니다. 당의 방향을 놓고 생각할 때 다시 생각해보자’고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이준석 돌풍’과 맞물린 계파 논쟁은.
“경선 룰로 싸우는 등 여러 가지 상황으로 계파 정치가 실존한다는 걸 체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바른정당계는 인정하는데 유승민계는 아니다고 하는데, 두려운 것 아니냐. 유승민계가 국민으로부터 받는 지지보다 훨씬 많은 정치적 이익과 위상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다. 국민이 지지하는 정치적인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많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점하기 위해서, 노력을 통해 지지를 많이 얻고 정치적인 위상을 정립하는 게 아니라 룰을 바꿔서, 골대를 옮겨서 유리하게 만들려고 한다. 과거 상도동계, 동교동계, 친박계, 친이(친이명박)계와는 차원이 다르다.”
“호남 배려만큼 영남 배려도 해야”
-’영남당’ 벗어나자는 목소리가 있는데.“영남당에서 벗어나자고 하는 건 좋다. 다만 그게 영남을 멸시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호남 배려만큼 영남도 배려돼야 한다. 특히 공천 때 대구·경북(TK)에서는 역할을 할만한 사람은 다 잘라 버린다. 경북지역은 최다선이 지금 재선이다. 정들만 하면 쫓아내는 공천 대학살이 반복되면서 지역 정서가 아주 비판적이다. 그러면서 균열이 크레바스 수준으로 가고 있고 TK에서 더불어민주당 득표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책임당원’을 ‘권리당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당원 의견을 당 의사 결정 및 공천 과정에도 반영하겠다고 하셨는데.
“‘책임당원’이라고 이름을 지어 놓고 당비 내라고 하고, 행사에 동원해서 박수나 치게 만들면서 막상 당원들을 헌신짝처럼 천대시하지 않느냐. 당원들은 당을 탈당해 나간 사람들이 당을 욕할 때도 그 수모를 겪으면서 당을 지켰다. 당원들이 표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우리가 처한 현실과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늘 중심을 잡아주고 균형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원들의 뜻을 더 반영해 자신들의 지도자, 당대표부터 지방의원까지 선출하게 만들어야 당권을 잡은 사람이 공천권을 전횡해서 당을 위기에 빠뜨리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이상헌 백상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