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도 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백신휴가까지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중소 IT기업 2년차 직장인 박모(26)씨에게 ‘백신휴가’는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휴가제’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중소기업 직장인과 자영업자, 프리랜서에게는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중소기업 사장들도 인력 부족 때문에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 구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정부 권장 사항을 다 들어줄 수 있으면 이미 중소기업이 아닐 것”이라며 “백신 휴가는 공무원 사회 등에나 적용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욕실 자재업체를 운영하는 송모씨도 “지금도 인력이 부족하다. 어디서 필요한 대체 인력을 구할 것이냐. 또 유급 휴가를 이틀 주게 되면 1인당 약 20만원 부담이 느는데 직원이 100여명이니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백신 휴가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가능성에 대비해 백신 휴가를 도입하고 기업에는 유급 휴가를 권고했다.
이후 삼성전자, LG그룹 등 대기업들이 속속 백신 휴가를 도입하고 중견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난과 비용 부담을 걱정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그야말로 ‘딴 세상 이야기’이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정부의 백신휴가제 재정 지원 제도화 방침에 관해 “소규모 기업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법적 근거 및 백신휴가 부여에 필요한 비용 지원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낸 바 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유급 휴가 주는 것이 녹록지 않으므로 일정 규모 이하 기업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휴가 비용과 함께 대체 인력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정부가 집단시설 감염을 우려하는 만큼 사업장에서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소상공인 사업장에 최저임금 일할계산으로 이틀 정도의 금액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백신 접종자에 대한 유급 휴가 및 휴가비 지원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런 내용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노동자가 백신 접종 후 발열·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1~2일 정도 휴가를 주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경우 사업주에게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을 이유로 정부 부처와 국회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당장 백신 접종에 따른 국고지원금 추계가 어렵고 향후 백신 접종이 반복되면 지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복지위는 향후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