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공군 내부의 조직적인 회유 등 부당한 조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다른 공군 부대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사경찰 소속 A하사가 지난달 초 다수의 여군을 상대로 불법 촬영을 하다 적발됐다”고 밝혔다. 피해 여군 등 다수의 제보자 증언을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A하사가 여군 숙소에 여러 차례 무단 침입해 여군들의 속옷과 신체를 불법으로 찍었다고 한다.
센터는 군사경찰이 A하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USB와 휴대폰을 입수해 포렌식했고, 다량의 불법 촬영물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USB에는 피해 여군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다수의 폴더가 있었는데 이 안에는 불법 촬영물이 파일로 정리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촬영물 유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센터가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자는 최소 5명이다. A하사보다 계급이 높은 간부와 타 부대 여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장은 “이미 다른 부대로 옮긴 피해자가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범행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여군들 사이에서 ‘나도 피해자가 아닐까’라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센터는 지난달 22일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 부사관 사건처럼 A하사가 구속되지 않은 채 해당 부대에서 근무 중이고, 피해자와의 분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대는 범행 적발 한 달여 뒤 A하사의 초소 근무지를 부대 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예정된 전역일이 올해 8월로 얼마 남지 않았고, 당장 전출할 부대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라고 한다. 피해자가 부대 안에서 언제든 A 하사를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다.
센터는 “A 하사와 같은 소속인 부대 군사경찰대가 이 사건을 맡아 수사 축소·은폐가 우려된다”고도 주장했다. 군사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으니 좀 봐달라’ ‘가해자를 교육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여기에 메신저나 인터넷 저장매체 등은 포렌식에서 제외돼 불법 촬영물이 추가로 유포될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훈 소장은 “공군의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며 “가해자를 군사경찰에서 방출하고 구속 수사해 엄중히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센터는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군사경찰대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도 요구했다. 센터 측은 “사건을 상급 부대로 이첩해 처리하고, 군 수뇌부에 대한 징계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군은 “공군참모총장이 엄중함을 고려해 사안을 이날 공군본부 중앙수사대로 이관했다”며 “철저히 수사하고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