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를 공군으로부터 이첩한 지 하루 만이다. 국방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성범죄 발본색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가해자 처벌 강화와 군 조직의 의식 개선 없이 성폭력 근절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검찰단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부터 구인영장을 발부받아 오후 3시쯤 피의자 장모 중사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서욱 국방부 장관은 숨진 부사관의 부모를 만나 “저도 이 중사와 같은 딸을 둔 아버지”라며 “딸을 케어한다는 마음으로 낱낱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내 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선제적 조사를 위해 3일부터 16일까지 ‘성폭력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성폭력 당사자는 물론 현장을 목격한 장병도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군에서 성범죄로 인한 사망사건이 또 발생하면서 고질적 병폐가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슷한 일이 수차례나 반복되는 데는 군의 폐쇄적인 분위기와 상명하복 문화, 지휘관에 의존하는 인사고과 제도 등이 꼽힌다.
국방부는 2015년에도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여군에 대한 상습적인 성희롱·성추행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군이 내놓은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에는 범죄 사실을 알게 된 상관이나 인사·감찰·법무 담당자가 이를 묵인·방관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성범죄 가해자는 퇴출을 원칙으로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방침도 내놨고, 진급에서 배제되도록 했다.
그럼에도 2017년 해군본부, 지난달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성폭력 피해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군 형사사건으로 입건된 성범죄 사건은 4936건에 달했다. 하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각 군 군사법원에서 다룬 성범죄 재판 1708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175건(10.2%)으로 집계됐다. 일반법원 1심 재판에서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25.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군내 성폭력은 상관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자가 진급과 장기 복무 심사를 앞두고 신고를 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점을 노린다. 군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외부로 알리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문화도 여전하다. 유가족 측은 피해 중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에도 군이 안이하게 조치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김성훈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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