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정신차렸나… ‘급등’ ARKK 버리고 QQQ·SPY로 노선변경

입력 2021-06-03 08:00 수정 2021-06-03 08:00

‘한탕 대박’을 노리고 미국 주식시장으로 건너간 개인 투자자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다. 자본 버블이 한순간에 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고위험 고수익’ 종목을 뒤로하고 안정성 높은 상장지수펀드(ETF)로 갈아타는 모양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자료를 보면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개미들의 인기 매수 종목 리스트가 ‘공격형’에서 ‘안정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해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서학 개미들 사이 인기를 모았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의 ARK이노베이션(ARKK) ETF는 1분기까지만 해도 월평균 매수 결제액이 2억3840만여 달러(약 2652억원)에 달했지만 2분기부터는 급감했다. 성장주와 기술주의 주가 상승률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월에는 3억 달러에 가까운 매수세가 붙었지만 4월부터는 5826만 달러로 쪼그라들더니 5월에는 3592만 달러에 그쳤다. 3개월 만에 매수액이 12%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이날 기준 6월 집계에서는 400만달러 미만의 매수세를 올리며 아예 인기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주가가 10배 넘게 상승하며 ‘대박 신화’를 쓴 테슬라에 대한 개미들의 관심도 빠르게 식고 있다. 1분기까지만 해도 개미들은 테슬라 주식을 매월 20억 달러 넘게 사들였지만 5월에는 매수액이 11억6900만 달러로 줄어 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1~3일 매수액도 5631만 달러에 그치며 매수액 하락폭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전통적인 ETF인 INVESCO QQQ S1(QQQ)과 SPDR S&P500(SPY)은 2분기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QQQ와 SPY는 각각 나스닥 100과 S&P500에 편입된 기업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기대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펀더멘털이 탄탄한 우량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만큼 리스크는 적다.

3월까지만 해도 ARKK에 밀리던 이들 펀드는 4월부터 역전에 성공, ARKK 대비 2배 이상의 매수액을 기록했다. 5월달 서학 개미들이 매수한 ARKK는 3592만 달러에 그친 반면 QQQ는 1억606만 달러, SPY는 9705만 달러 수준을 보였다. 4~5월 순매수 순위로는 QQQ가 14위, SPY는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서학 개미들의 투자 성향이 안정성 높은 상품으로 옮겨간 배경에는 ‘자산 버블’이 곧 터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을 지탱해온 ‘유동성 파티’가 끝나면 주식시장에서의 위험 자산도 크게 타격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주도의 테이퍼링이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며 고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줄이고 있다”면서 “코로나19라는 ‘빅 이벤트’가 종료될 조짐이 보이는 만큼 개미들도 우량주 장기투자라는 정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리스크를 떠안기 싫은 개미들이 보다 안정적인 종목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