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차관, 택시기사 폭행 이틀 뒤 1000만원 건넸다

입력 2021-06-02 16:46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는 대가로 건넸다는 합의금 액수가 1000만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차관(사건 당시 변호사)은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이틀 후인 지난해 11월 8일 A씨를 찾아가 사과하며 “폭행 영상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의금의 액수는 1000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의 요구에 A씨는 “지울 필요가 있나. (경찰에) 안 보여주면 된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씨 역시 이 차관의 증거인멸 요구에 응했다는 점에서 공범 혐의가 있다고 보고 형사 입건한 상태다.

진상조사단은 사건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이 차관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사건 무마에 나섰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인들이 비슷한 사건을 겪을 경우 합의금은 보통 100만원 내외 수준에서 형성되지만 이 차관은 1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합의금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다.

경찰은 폭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알고도 묵살해 ‘부실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서초경찰서 경찰관 3명도 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