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팜 이어 시노백도 WHO승인…中 물량공세 탄력

입력 2021-06-02 16:02 수정 2021-06-02 16:06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현지시간) 중국 제약업체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사진은 시노백 로고 앞에 시험관이 높여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제약업체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중국 국유 제약사 시노팜 백신에 이어 두 번째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백신 물량 공세를 펼쳤던 중국은 WHO의 승인 여세를 몰아 백신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WHO는 1일(현지시간) 시노백이 만든 코로나19 백신 ‘코로나백’을 긴급사용목록(EUL)에 올렸다고 밝혔다. WHO는 “증거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백의 예방 효과는 51%, 중증 및 입원 방지 효과는 100%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임상 실험에 등록된 60세 이상 고령층이 적어 해당 연령대에 대한 효능은 평가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러 국가에서 접종 후 수집된 데이터는 코로나백이 고령자에게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에 연령 상한선을 권장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WHO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은 총 8개, 이 가운데 중국 백신은 2개가 됐다.

그동안 중국산 백신은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3상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자국민 접종을 시작했고 나라별로 백신 효과가 들쑥날쑥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서구권 백신에 비해 저렴하고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다는 점을 내세워 개발도상국 수출에 주력해왔다.

이제 시노백 백신은 글로벌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퍼실리티’를 통해 다른 나라에 공급될 수 있다. 중국은 코백스에 1000만 도스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지난달 WHO 승인을 받은 시노팜은 1일 코백스에 제공할 백신을 처음 공개했다. 백신 용기에 온도 변화를 보여주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포장을 영문으로 바꿨다.

중국이 지난달 중순까지 해외에 공급한 백신은 3억 도스에 달한다. 대부분 시노백 백신이다. 시노백은 지금까지 6억 도스 분량의 백신을 생산해 국내외에 공급했는데, 이중 2억6000만 도스(약 40%)가 해외로 나갔다. 나머지는 시노팜과 캔시노바이오사 백신이다.

리우페이청 시노백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노백 백신은 지금까지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4억3000만회 이상 투여됐다”며 “전 세계 접종 백신 5개 중 1개는 시노백 백신”이라고 주장했다. 시노백은 중국에 5개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연간 20억 도스를 생산할 수 있다.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 5개국에 현지 생산 허가도 내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중 유일하게 중국산 백신 접종을 허용한 헝가리는 내년 말부터 현지 공장에서 시노팜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은 백신 재고 더미에 앉아 있지만 다른 나라의 어려움에는 눈을 감고 있고 인도는 국내 발병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중국이 백신 공급을 확대해 글로벌 팬데믹과의 싸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