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CCTV 활용? ‘페이스 아이디’ 논란이 던진 질문

입력 2021-06-02 15:53

이달 말 마무리 수순에 접어드는 정진웅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재판에서 ‘페이스 아이디’는 공판기일마다 등장한 핵심 키워드였다.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잠금 해제 방식이 안면 인식이라고 생각한 정 차장검사가 휴대전화를 만지려는 한 검사장을 보고 증거인멸을 의심하면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재판 내내 의문으로 남았던 페이스아이디 논란을 풀 실마리는 지난달 21일 열린 공판에서 나왔다. 정 차장검사의 변호인은 증인으로 출석한 한 검사장에게 “(검찰청) 조사실로 가는 도중에 페이스 아이디로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한 검사장은 청사 내 CCTV를 열람하지 않는 이상 그것까지 어떻게 아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 정도만 하시라”는 재판장의 중재로 정확한 확인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수사팀이 CCTV를 통해 검찰에 출석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사용 모습을 봤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의 청사 내 CCTV 확인이 던지는 쟁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사건 현장이 아닌 검찰에 조사받으러 온 장면이 담긴 CCTV 열람의 적절성이다. 이는 수사 목적과 관계없는 개인정보 수집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했던 김정식씨도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 패턴을 푸는 모습이 동의 없이 동영상으로 찍혔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일 “검찰 청사 CCTV는 청사에 드나드는 사람을 감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청사 내 보안을 위해 설치된 것”이라며 “사건 현장도 아닌 곳의 CCTV를 통해 휴대전화 사용 모습을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면 검찰에 드나드는 민원인과 변호사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과 함께 있는 사건 관계인의 모습을 검찰이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방어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CCTV를 통해 검찰 출석하는 사건 관계인과 변호사가 함께 있는 장면이 수사팀에게 노출될 수 있다면 변호인 입장에서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법적인 문제까지는 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수사의 적법성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런 개인정보를 획득할 때는 영장을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CTV 관리·소유 주체가 중앙지검이기 때문에 임의제출이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장면이 동의 없이 찍혔다고 주장해도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사건과 상황이 유사한 판례는 드물지만 그동안 법원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CCTV 열람은 위법이라고 판단해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물 훼손이나 층간소음 문제 등으로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고 관리사무소에서 CCTV를 열람한 경우 대부분 유죄 판결이 나왔다.

다만 최근 감찰·징계의 목적으로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고 CCTV를 열람하는 건 적법하다는 판례가 등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2일 경찰관 2명이 근무지에 설치된 CCTV가 감찰에 쓰인 것은 위법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비위 첩보를 확인하기 위해 CCTV 영상을 제출받아 열람한 건 적법한 행위라는 판단에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감찰 목적의 CCTV 영상 활용을 정당화한 판결”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임주언 박성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