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조국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한 가운데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검찰개혁을 ‘독립운동’,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희생양’이라고 표현하며 “그의 말할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또다시 조국을 생각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검찰개혁은 독립운동 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독립운동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듯이 검찰개혁 과정에서 조 전 장관도 많은 피를 흘렸다”며 “조 전 장관은 누가 뭐래도 검찰개혁의 희생양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시 조국 논쟁이 벌어질 것 같다. 조 전 장관도 언급했듯이 스펙을 쌓을 수 없었던 청년들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서운함도 있을 거다. 조 전 장관의 이 부분에 대한 사과도 가슴 아프지만 이해하고 동감한다”며 “개개인의 말할 자유를 인정한다. 조 전 장관을 비판할 사람들은 비판하라. 그러나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족이 당한 무도한 검찰 권력도 함께 비판하라. 이것이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이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날 기소한 내용은 육하원칙에도 맞지 않는 황당한 공소장이었다. 공소기각이 마땅했다. 출발부터 무리한 기소였다”며 “한 사건에 대해 전대미문의 70~80번 압수수색이 있었다. 확정되기도 전에 검찰이 일방적으로 피의사실을 흘리고 언론이 받아 쓴 조국 가족에 대한 인격살인은 과연 옳았느냐”고 반문했다.
전날 출간된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 대한 언급도 했다. 정 의원은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의 한복판에서 온 가족이 도륙당했고 가족의 피를 펜에 찍어 ‘조국의 시간’을 썼다고 했다”며 “조 전 장관은 이 책을 펴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언론의 2차 가해를 충분히 짐작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펴낸 데는 필시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또 ‘책이 잘 팔리는 이유는 조국이 안타깝기도 하겠지만 윤석열이 어떤 인물인지도 궁금하기 때문일 거다. 윤석열의 가장 대척점의 인물이 조국이며 윤석열의 본질을 알려면 조국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 책이 많이 팔릴수록 윤석열의 중도층 지지율은 떨어질 것’이라는 한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뒤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언젠가 조 전 장관과 술 한잔 기울이며 ‘촛불 시민이 없었다면 제가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심정이 참 먹먹했다. 더 힘차게 지켜줘야 했는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직 책을 읽지 못했지만 그가 당했을 고초를 생각한다.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며 “검찰과 언론에 당할 때 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조국의 시간’을 통해 묻힌 많은 진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으면 좋겠다. 진실의 힘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송 대표는 같은 날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를 통해 “조 전 장관의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는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품앗이하듯 스펙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희망을 실어주는 일이었다”며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조 전 장관 가족이) 검찰의 가혹한 기준으로 기소가 돼 법정에 서 있다”며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기준은 윤 전 총장의 가족 비리와 검찰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송 대표의 발언 일부를 공유하며 “겸허히 받아들인다.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부동산, 민생, 검찰, 언론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해주길 바란다. 저를 밟고 전진하라”고 썼다. 그러면서 “‘조국의 시간’에는 물론 그 이전에도 저는 같은 취지의 사과를 여러 번 했다”며 “저는 공식을 떠난 사인(私人)으로 검찰의 칼질에 도륙된 집안의 가장으로 자기방어와 상처 치유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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