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SK그룹·현대자동차그룹·LG그룹·삼성그룹 등 국내 4대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하고 “지난 방미 순방 때 우리 4대 그룹이 함께 해준 덕분에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오찬 간담회 전 환담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를 별도로 불러 오찬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을 측면에서 도운 기업 총수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4대 그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400억달러(약 44조원) 규모 대미(對美)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한·미 회담을 물밑에서 지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최태원 회장에게 “우리 최 회장님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부터 시작해서 공동 기자회견, 그리고 맨 마지막에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까지 일정 전체를 함께해 주셨는데, 정말 아주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공장까지 방문해 주셔서 엔지니어들도 격려가 많이 됐다”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방미 성과에 대해 정말 축하드린다”며 “저희들도 굳건히 동맹 관계를 위해, 한·미 경제 관계가 더욱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대통령이 방문해 주신 덕분에 미국하고 사업도 더 잘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배석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구광모 LG 회장에게 “GM과 LG의 배터리는 협업을 한 게 꽤 오래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구 회장은 “꽤 오래됐다. 사업 초기 시작부터 파트너였고, 지금은 전기차 시장이 더욱 확대되면서 더 많은 기회가 있고, 사업 협력도 더 돈독해졌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포드 공장에 가서 대형 픽업트럭 전기차를 시승을 했다. 사진에 많이 났던데, 저는 그런 큰 트럭까지 전기차로 만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다니더라”고 했다. 이에 최 회장은 “F150이라고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럭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LG, SK 모두 독자적으로 그런 공장을 한다. 또 포드나 GM하고 합작해서 하기도 하는데, 픽업트럭 같은 경우는 한·미 FTA에서 관세 혜택을 우리가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수출이 어려운 분야였는데, 현지에서 바로 합작 공장하면서 그 부분을 뚫어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 관계가 기존에도 아주 튼튼한 동맹 관계였지만 그 폭이 더 확장돼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이런 최첨단 기술, 최첨단 제품에서 서로 간에 부족한 공급망을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까지 이렇게 더 포괄적으로 발전된 것이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도 아주 뜻깊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4대 그룹으로서도 미국에 대한 진출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늘리니까 그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오히려 국내 일자리 창출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우리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미국에 나가게 되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도 동반해서 진출하게 되고, 거기에 우리 부품·소재·장비 이런 것이 또 더 크게 수출이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의 파격적인 미국 투자 발표 이후 국내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를 불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제일 하이라이트는 공동기자회견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지목을 해서 한번 일어서서 소개를 받았던 그게 제일 하이라이트 같다”며 “그만큼 우리 한국 기업들의 기여에 대해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주 높은 평가를 해 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중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리자 문 대통령이 “좀 잘 찍어달라”고 말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환담을 앞두고 기업 총수들과 청와대 참모들은 상춘재 앞 소나무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호승 실장이 소나무를 가리키며 “귀한 소나무”라고 하자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은 “천연기념물 아닌가”라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상춘재 앞 백송은 소나무 종류중 하나로 하얀 껍질이 특징이다. 과거 궁궐이나 사원 둘레나무로 심었던 품종이다. 백송의 껍질이 하얗게 변하면 좋은 일이 일어날 조짐이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측은 “상춘재 마당에는 1983년 식물일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심은 1945년생 백송 한 그루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헌법재판소 구내의 천연기념물 제8호 백송은 나이 약 600살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백송이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도 천연기념물 제9호 백송이 자라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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