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주민 60명 숨졌는데…원인 모르는 비극

입력 2021-06-02 14:13 수정 2021-06-02 14:58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충북시민대책위와 청주시 북이면 주민들이 2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주민건강영향 재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소각시설이 집중된 충북 청주시 북이면 주민들은 최근 10년 사이 암으로 60명(폐암 31명)이 숨졌다. 현재도 40명 이상의 주민들은 호흡기나 기관지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수년 간 인근 소각장 가동으로 분진과 매연 등이 발생해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9년 12월 기준 북이면 주민 4773명 중 청원구보건소가 관리하는 이 지역 재가 암 환자는 45명이다. 소각시설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마을 반경 2㎞ 안에는 폐기물 소각장 3곳이 있다. 마을 일대에는 1999년 우진환경개발㈜ 소각시설이 처음 들어선 뒤 2001년 ㈜클렌코(옛 진주산업), 2010년 ㈜다나에너지솔루션이 차례로 조성됐다 1999년 하루당 15t이던 소각용량이 2017년 기준으로 3개 업체를 합쳐 36배 늘어난 하루당 543.84t에 달했다. 북이면에는 전국 폐기물의 6.5%인 하루 550t을 소각하고 있다.

그러나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의 역학적 관련성이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는 북이면 주민 1523명이 인근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암 발생 등 주민 건강피해를 봤다며 2019년 4월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하면서 진행됐다. 정부가 소각시설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벌인 첫 번째 건강영향 조사였다.

해당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충북시민대책위원회와 청주 북이주민협의체는 이번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등 오염물질이 대조 지역보다 높은데도 허용기준치를 넘어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 건강에 미친 영향을 미미하게 평가했다는 이유다.

이들은 2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가 소각업체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0년에 걸쳐 축적된 피해를 조사관 13명이 1년 3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조사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거친 재조사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환경부는 북이면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 카드뮴 등 오염물질이 대조 지역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허용기준이 낮다는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했다”며 “토양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카드뮴이 지역주민의 소변에서는 다량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변 중 카드뮴 농도가 성인 평균의 최대 5.7배 높았고 소각시설과 가까울수록 수치가 증가했다”며 “암 잠복기를 고려해 동일집단보다 남성은 담낭암 발생이 2.63배, 여성이 신장암 발생이 2.79배 높다는 사실 역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13일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소각시설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영향조사에서 “소각장 배출 물질과 암 발생과의 역학적 관련성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대기와 토양에서 측정된 다이옥신·카드뮴 등 유해물질 농도도 다른 지역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았고 혈액암과 폐암 등 소각시설과 관련성이 높은 암 발생률도 증가하지 않았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