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쪽잠이라도 집에서’…통합돌봄 선도사업 성과

입력 2021-06-02 12:58

3~4년부터 앓아온 극심한 뇌병변 장애로 손발의 움직임조차 자유롭지 않은 이진성(70·광주 서구 쌍촌동)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는 거동이 몹시 불편해 혼자서는 침대에 잘 눕지도 못한다. 이로 인해 방 한쪽의 휠체어에서 날마다 쪽잠을 자고 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편하다. 비좁고 낡은 곳이지만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이클 동호인으로 20년 이상 활동할 만큼 건강했던 이 할아버지는 60대에 접어들면서 고혈압과 당뇨 질환을 앓았다.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황혼 이혼을 하게 되면서 먹는 것도 부실해졌다.

그러다 지난 2018년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후, 좌측 편마비 증세로 병원에서 줄곧 생활해야 했다.

혼자서는 용변과 식사도 해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신적 고통이 더 컸다. 그는 병원 생활이 외롭고 너무 힘들어 지난해 7월 퇴원한 이후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다행히 장기요양 2등급을 받아 월~토요일은 주간 보호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은 매일 2시간씩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상황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요일은 배달음식 1개를 시켜 세끼로 나눠 먹고 용변 처리는 이동식 변기를 주로 사용한다.

슬하에 두 아들이 있지만, 이혼 후 관계가 멀어진 이 할아버지는 얼마 전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할 만큼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자녀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자책도 이 할아버지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광주 서구가 이 할아버지와 같은 소외 어르신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서구는 수개월 전 용변 처리가 힘들다는 이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 출동 요원들을 집으로 직접 파견했다.

이들은 즉각 문제해결과 함께 응급 호출 설치와 틈새 돌봄, 물리치료사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휠체어 이동이 쉽도록 문턱도 제거하는 등 세심하게 이 할아버지를 돌봤다.

광주 서구가 민선 7기 이후 역점을 두어 추진 중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가 어르신들의 수호천사가 되는 것이다.

서구는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일상생활 지원 등을 일괄적으로 지원해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평소 살던 곳에서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고 2일 밝혔다. 소외 어르신 등이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서구는 그동안 돌봄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심한 지체․뇌 병변), 정신질환자 2000여 명에게 6000여 건의 통합돌봄서비스를 지원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중 병원(시설) 퇴원자의 지역 복귀 정착 사례도 75명에 달한다.

서구는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살던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하는 주거 지원(주택 개보수, 케어안심주택․돌봄임시거처 제공)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보건의료지원(한의 주치의, 구강 돌봄, 약물 중재, 집중 영양․운동․재활서비스), 요양돌봄지원(방문 도우미, 영양 음식, AI복지사), 일상생활 지원(돌봄 택시, 병원 동행, 24시안심콜, 복지용구) 등 다양한 통합돌봄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서대석 서구청장은 “초고령 사회를 맞아 노인 부양은 가족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며 “선제적 제도 정비로 노인과 장애인의 돌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