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우려의 말씀들을 들었다. 어깨가 무겁지만 검찰을 잘 꾸려 나가겠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1일 취임식 직후 대검찰청 8층 회의실에서 전국 고검장, 수도권 지검장들을 만나 일선의 우려를 경청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김 총장이 먼저 허심탄회하게 하고픈 말을 들려 달라고 요청했고, 검사장들이 돌아가며 5분 안팎씩 고언을 전달했다. 김 총장은 검사장들의 말을 묵묵히 들은 뒤 “충분히 잘 들었다. 검찰을 잘 운영해 보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등 서울시내 5곳의 지검장, 수원·인천·의정부지검장이 돌아가며 의견을 말했다. 검사장들의 발언 요지는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한 반대 의견, 조직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검사 인사 필요성으로 수렴했다고 한다. 총장은 일선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적 중립성 요구, 일선과 대검찰청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총장의 취임 직후 인사 성격도 있는 만큼 성토의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무거운 주제가 건의된 데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장들이 인사와 관련해 건의한 내용의 주된 초점은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간부급 인사에 맞춰졌다. 특정 수사 경력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중간간부들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이 검찰 내부망 사직인사로 비슷한 지적을 한 상황이기도 했다. 검사장들은 본인들이 결부된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서는 간담회에서 말을 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구체적인 사건이 거론되지도 않았다.
김 총장은 검사장들의 고언마다 고개를 끄덕였고 “충분히 알아 들었다”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고 한다. 김 총장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우려를 많이 들었고, 어깨가 무겁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여러 의견을 잘 청취해 검찰을 잘 꾸려 나가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30~40분간 진행된 간담회는 총장에 대한 우려 전달과 총장의 각오 피력, 상호 덕담으로 끝났다. 검사장들 중 고검장들은 발언을 하지 않았고, 간담회 이후 김 총장과 식사 자리를 따로 가졌다. 고검장들도 직제개편안의 문제성, 합리적 인사의 필요성을 식사 자리에서 전했다. 검사장들은 김 총장이 취임사로 “‘굳건한 방파제’가 돼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허경구 이경원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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