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부, 그린뉴딜 유망기업에 ‘환경장비 입찰담합사’ 선정 논란

입력 2021-06-02 12:01 수정 2021-06-02 12:01

환경부가 30억원을 지원하겠다며 그린뉴딜 유망기업으로 선정한 업체가 불과 2년 전 공공기관 환경 장비 구매 입찰에서 불법을 저질러 과징금을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의 공정성을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일 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유망기업’ 31개사 중 아산엔텍이라는 업체는 약 2년 전 공공기관에 납품할 대기오염 측정 장비 입찰 과정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린뉴딜 유망기업은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계획에 포함된 중요 사업이다. 이날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그린뉴딜 유망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최종선정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선정된 업체에는 2023년까지 최대 30억원의 사업화·연구개발 자금 지원과 정책융자·투자·보증 등 녹색 금융 연계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그린뉴딜 유망기업으로 선정한 업체는 각각 16개사, 15개사다.

그중 환경부가 올해 그린뉴딜 유망기업으로 선정한 아산엔텍은 2019년 2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공기관 발주 대기오염 측정 장비 구매 입찰 담합 조사’에 적발된 업체 중 한 곳이다. 당시 이 회사는 울산광역시 휴대용 풍향풍속계, 경기도 하천·우수토실 유량측정 장비 등 총 4건의 입찰에서 불법 담합 행위를 하다 적발돼 100만원 미만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낙찰 예정사가 전화나 메일로 미리 알려준 가격을 받아 써내는 식으로 담합을 저질렀다.

그린뉴딜 유망기업 선정 공고가 나간 시점은 지난 2월 9일이다. 입찰 담합으로 처분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시점에 해당 업체를 그린뉴딜 유망기업으로 인정한 것이다. 당시 업체 간 경쟁률이 5대 1에 달했고 서면·대면 평가에 모두 ‘정부의 녹색전환 정책 취지 부합성’ 배점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입찰 담합 과거는 최종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환경부는 그린뉴딜 유망기업 발표 하루 전까지 아산엔텍의 입찰 담합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본지 취재가 시작된 이후에야 관련 내용을 서둘러 확인했다. 다만 2년 이내에 환경 장비 입찰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이 있더라도 그린뉴딜 유망기업 선정 결과를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정 절차를 주관한 환경산업기술원이 심사 전 입찰 담합 문제로 법률자문까지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그린뉴딜 유망기업 선정 지침에는 법률 위반에 따른 제재 내용이 없어 아산엔텍의 신청 자격을 제한할 순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깨끗한 기업을 선정하면 좋겠지만 심사 과정에서 일부러 눈감아 준 것은 아니다”라며 “유망기업의 상징성과 선도기업 취지를 감안해 타법 위반 내역 여부도 평가 요소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