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위한 당정협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전국민재난지원금을 포함하는 추경안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2차 추경과 관련해 지난달 31일 “저희 당은 이번 여름 움츠러든 실물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추경 등 재정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추경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전국민재난지원금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9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제안에 대해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방역 상황과 경제 여건 변화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큰 폭으로 증가한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지부진한 소비회복, 일자리 양극화, 자영업자 경영난 등을 감안해 올해 2차 추경 편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대권 주자들은 전국민재난지원금에 긍정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당정청에 지역화폐형 제2차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요청드린다”고 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렇게 경제가 안 좋을 땐 소비가 미덕으로, 소비해야 생산으로 연결돼 선순환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전국민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든 건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올해 세금이 잘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당국에 따르면 수출 호조와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법인세와 부동산 관련 세금이 크게 늘면서 1분기에만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19조원이나 늘었다. 하반기에 세수가 다소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간 기준 17조원 정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정치권에서 전국민재난지원금이 거론될 때마다 재정 문제를 들어 우려를 표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태다.
여름 추경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편성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린다. 전국민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슈퍼 추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영업손실보상금의 소급분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 지급으로 가닥 잡힐 경우 최소 14조원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봄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은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씩 모두 14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국민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면 12조7000억원, 30만원씩 지급하면 15조3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여기에 손실보상금 소급분과 올해 1차 손실보상금 지급 이후 발생한 추가 피해에 대한 보전금까지 합하면 전체 추경 규모는 30조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추경 규모는 사상 최대였던 작년 3차 추경(35조1000억원)에 근접한다.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로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르면 여름휴가철, 늦어도 추석(9월 21일) 이전이 거론되고 있다. 또 종전의 가족 기준이 아닌 개인별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올해 세수가 17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차 추경(14조9000억원)을 편성하면서 9조9000억원어치의 국채를 찍었다. 30조원이 넘는 슈퍼 추경이 현실화할 경우 모자라는 예산은 나랏빚으로 충당해야 한다.
올해 1차 추경 이후 국가채무는 965조9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2%까지 높아졌다. 현재 논의 중인 여름 추경을 포함해 연내 두 차례 더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넘길 수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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