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2.6%↑…201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

입력 2021-06-02 09:33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소비자 물가가 2.6% 급등했다.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작황부진과 조류 인플루엔자(AI)여파로 농축산물 가격이 두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간 데다 국제유가 급등이 공업제품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진 영향이 크다.

2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46(2015년=100)으로 작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이는 2012년 4월(2.6%) 이후 최고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계속 오름새를 보였다. 지난 1월(0.6%), 2월(1.1%), 3월(1.5%)을 지나 4월(2.3%)부터 2%대로 올라섰다.

품목 성질별로는 ‘장바구니 물가’를 가늠하는 농축수산물 상승률이 작황부진과 AI여파로 12.1% 올랐다. 지난 1월(10%) 이후 5개월 연속 두자릿수 상승세다. 농산물만 따로 본 상승률은 더 높다. 파 급등세(130.5%)가 전월(270.0%)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을 크게 끌어올린 데는 공업제품 물가 상승률의 영향이 크다. 공업제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3.1% 올라 2012년 5월(3.5%)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크게 오른 여파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23.3%로 2008년 8월(27.8%)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전기료 인하 등 효과로 전기·수도·가스는 4.8% 하락했다.

개인서비스는 2019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2.5%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서비스 가운데 외식 물가는 2.1% 상승했다.

외식 외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공동주택 관리비, 보험서비스료 상승으로 인해 2.8%였다.


집세도 크게 올랐다. 집세 상승률은 1.3%로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전세는 1.8%, 월세는 0.8%의 상승률을 보였다.


기저효과나 기후 등 영향이 있는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1.5%로 2017년 9월(1.6%)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체감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2017년 8월(3.5%) 이후 가장 높은 3.3%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 “석유류의 경우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완화될 것이고, 농축수산물도 햇상품 출하 및 AI 발생의 부정적 영향이 줄어들면서 오름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하반기에 들어서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역시 같은 평가를 내놨다. 한은은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앞서 예상한 올해 물가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7일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반기 1.7%, 하반기 2.0%, 연간 1.8%로 제시했다.

한은 측은 당초 2분기 상승률이 2%를 웃돌고 하반기 2% 안팎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5월 상승률이 특히 높은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게 2월이고, 그 여파로 3월부터 소비자물가 하락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5월 소비자 물가가 바닥을 쳤기 때문에 지난달 소비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가장 커졌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물가와 관련해 “지난해 유가가 급락했는데, 그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올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높아졌고 5월에는 이보다 더 높아지지 않나 생각한다”고 내다본 바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