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백신도 없는데…벌써 ‘노마스크’ 얘기,너무해”

입력 2021-06-02 00:07 수정 2021-06-02 00:07
코로나19 백신접종자에 대해 '8명+α' 가족모임이 허용된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점주가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각종 백신 인센티브를 최근 발표했다. 1차 이상 백신 접종자에 대해 직계가족 모임 인원 제한(8명)에서 제외하는 등의 1단계 일상회복 지원 방안은 1일부로 시작됐다. 오는 7월부터는 1차 백신만 맞아도 공원이나 산책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도록 풀어주기로 했다. 과감한 인센티브 예고에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일각에선 불안감도 높아진 모습이다. 맘카페나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 곳곳에선 길거리나 편의점 등에서 백신 접종을 이유로 당당히 ‘노마스크’를 고수하는 이들의 목격담과 함께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가 잇따라 올라왔다.

“요새 부쩍 는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인센티브가 웬 말”
1일 수도권 한 지역 커뮤니티에는 “갑자기 마스크 안 쓰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누리꾼은 “코로나 백신 때문인가요”라며 “요즘 대놓고 마스크 없이 다니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며 마스크 없이 산책로를 걷던 노부부, 네일숍에서 직원과 대화 나누던 손님 등 목격담을 전했다. 그는 “예전엔 (마스크를) 턱에라도 걸쳤는데 이젠 아예 마스크 없이 나오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면서 “올해까진 좀 주변인들을 위해 조심해주면 안 되는 거냐”고 썼다.
이 글에는 “백신 맞으면 마스크 안 써도 된다는 거 진짜 말도 안 된다” “누가 맞았는지 알 수도 없는 데 더 불안해서 (마스크) 더 열심히 써야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커뮤니티뿐이 아니다. 한 맘카페에도 이날 “코로나 백신 맞으면 노마스크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우려를 표한 글에 수십 개 공감 댓글이 달렸다. 2차 접종은커녕, 1차 접종도 아직 다 안 한 상황에서 ‘노마스크’는 너무 성급하다는 불안감이 대부분이었다. 정부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은 이해하지만, 굳이 ‘노마스크’ 허용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로선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다 완료했더라도 마스크는 착용이 원칙이다. 백신 접종자에 대한 마스크 미착용 허용 방침은 오는 7월 백신 접종률이 정부 목표치를 달성했을 때 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마스크 허용 혜택’이 언급된 것만으로도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 문제를 놓고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금도 식당이나 택시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가 반발을 사는 일이 발생하는데, 백신 접종자들이 늘어나면서 백신 접종을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이들이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에서 미성년자는 고등학교 3학년생을 제외하고는 백신 접종 계획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청소년이 접종 가능한 백신은 화이자뿐인데, 그나마도 만 15세 이상만 가능하다(미국은 전면 등교를 앞두고 만 12세 이상까지 접종 대상자를 확대했다). 학생과 어린이, 유아 등은 사실상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 일부가 백신 접종을 했다고 마스크를 안 쓰겠다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린 유아를 키운다는 한 엄마는 “7월부터 노마스크 허용한다는 기사를 보고 두렵다”면서 “접종 안 한 사람들이 슬그머니 마스크 안 써도 신고 못 하게 되는 거 아닌가. 마스크 제대로 쓰기도 어려운 어린아이들은 어떻게 보호하나”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코로나 방역 잘한다 응원하는 사람인데, 이건 저지하고 싶다. 집단면역 형성될 때까지 마스크는 쓰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지역 커뮤니티에선 “영국이나 미국이 노마스크 허용하는 건 국민 60~70%가 접종한 이후 아녔나. 백신도 못 맞는 애들은 계속 마스크 해야 하는데, 무슨 죄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접종자 구분 어떻게?…“백신 접종 배지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다니나”
서울 성동구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구민에게 달아준 배지. 사진=성동구 제공, 뉴시스

전문가들도 아직 ‘노마스크 허용’은 성급하다는 의견을 내는 분위기다. 아직 1차 접종률도 높지 않은 데다, 백신 2차까지 다 접종하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 등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접종자를 어떻게 구분해 대응할 것이냐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예방접종 완료 여부는 질병관리청 COOV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코로나19 백신 전자예방접종증명서’(QR코드 간편 인증 가능)나 종이 증명서를 활용해 예방 접종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종이 증명서는 접종기관이나 정부24 홈페이지를 통해 출력할 수 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이런 기관들 외에도 읍·면·동 주민센터까지 지금 출력이 가능하도록 위원회는 발급기관들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중이용시설 입장 시 이용하는 스마트폰 QR코드에 접종 완료 여부가 같이 표기되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7월부터 ‘노마스크’가 허용되는 야외활동의 경우 현장에서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구분하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방역 당국 내에서는 백신 배지 등으로 간접적으로 증빙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역시 옷에 매번 달고 다니지 않는 한 실효성은 떨어진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그런 우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국민께서 신뢰를 기반으로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마스크’…“7월부터, 야외서만, 인구 25% 이상 접종 시 가능” 중요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스크 미착용이라는 인센티브까지 제시한 것은 왜일까. 박혜경 방역지원단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백신 접종이 굉장히 활발해 전체 인구의 25%인 1300만명이 6월 말까지는 예방 접종을 한 번 이상 맞으실 수 있는 상황으로 될 것으로 예측한다”며 “이에 따라 7월부턴 모임이나 행사나 집회가 아닌 경우 마스크를 벗고 산책이나 야외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이 되면 냉방시설을 한 실내에 머무시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거보다는 야외 쪽으로 활동을 조금 하시는 게 좋겠다고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즉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한편, 여름철 실내보다는 실외로 사람들을 끌어내기 위해 ‘노마스크’라는 혜택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아울러 “여태까지 1년 넘게 너무 답답하게 생활하신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일상을 조금이나마 최소한도에서 회복하실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마스크를 벗고 다니면 어떡하나’는 질문에 “마스크 착용 등 현장점검을 좀 강화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도 이런 현장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리고 있다”고 답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