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들도 이 후보를 응원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경계를 넘어 기성 정치 혁신으로 번지는 세대교체 바람에 여권의 대선 주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준석발 변화 열풍에 힘을 보태면서 ‘내가 변화의 상징’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정치권 세대교체 흐름을 응원하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선전했으면 좋겠다”며 “이를 계기로 야당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돌풍의 의미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분출한 결과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이 지사 외에도 “이준석 돌풍은 변화에 대한 2030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광재 의원), “국민들이 한국정치가 격렬하게 변화하라는 요구와 명령을 보내는 것”(박용진 의원)이라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응원메시지가 이어졌다. 이 의원과 박 의원은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정치권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이 후보 응원이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가장 잘 담아낼 후보가 자신임을 어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1일 “‘이준석 돌풍’이 의미하는 바는 변화와 개혁,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라며 “이 지사는 이준석 후보를 통해 기존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보다 자신이 민주당 변화의 상징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내 비주류인 이 지사는 이 후보로 대표되는 세대교체 바람에 힘을 싣는 것이 자신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살리고, 2030세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른 후보들보다 젊은 박 의원의 경우 세대교체 바람을 통해 민주당 경선 판을 흔들려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험 부족이란 비판을 받는 이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가 될 경우 야권 내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기대 섞인 의도가 포함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의 약진은 결국 유승민계의 약진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재등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며 “범보수가 새로운 변화라는 흐름 속에 뭉치는 게 아니라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강보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