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수험생을 수학에서 경쟁 붙이는 이른바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첫선을 보인다. 오는 11월 18일로 예정된 2022학년도 수능 준비를 위한 6월 모의평가가 3일 전국 고교와 학원에서 치러진다. 6월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매년 두 차례(6, 9월) 시행하는 모의평가 중 첫 시험이다. 특히 올해는 문·이과 통합 수능 원년으로 수험생뿐만 아니라 정부와 출제 당국도 시험대에 올랐다.
1일 평가원에 따르면 6월 모의평가 지원자는 모두 48만2899명이다. 고3 재학생 41만5794명, N수생 6만7105명이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387명 감소했는데 재학생이 735명 줄고 N수생은 348명 늘었다. 시험은 3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2062개 고교와 413개 지정학원에서 동시에 실시된다.
모의평가인 만큼 시험의 성격, 출제 영역, 문항 수 등은 실제 수능과 같다고 평가원은 설명했다. 올해 수능은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먼저 국어와 수학, 직업탐구 영역은 ‘공통+선택과목’ 구조로 바뀌었다.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전체 17개 과목 가운데 문·이과 구분 없이 최대 2개 과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절대평가로 전환됐고, EBS 연계율은 기존 70%에서 50%로 축소했다. 연계 방식도 EBS 수능 교재를 그대로 가져오는 직접 연계을 줄이고 유사 지문을 가져오는 간접 연계를 확대한다. 4교시 한국사와 탐구 영역은 답안지를 분리해 단순 실수가 부정행위로 처벌되는 사례를 줄인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국어와 수학에서의 ‘공통+선택 과목’ 구조 도입이다. 특히 수학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문과 계열 대학 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은 B형, 이과 계열 수험생은 A형을 치러왔다. 문과와 이과의 ‘리그’가 달랐던 것이다. 올해는 모든 수험생이 치르는 공통과목과 수험생이 선택하는 선택과목으로 바뀐다. 선택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3개 선택지를 뒀다. 문과생은 주로 확률과 통계, 이과생은 미적분과 기하 중 하나를 고를 것으로 예측된다.
문과생과 이과생은 수학 실력에서 ‘체급’이 다르다. 학습 시간에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수학에 자신 없는 학생이 이과를 지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과생들에게 크게 불리한 여건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교육부는 ‘조정 점수’를 부여해 선택과목의 유·불리를 보정해볼 계획이지만 뜻대로 될지는 교육부나 평가원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 3월에 시행된 교육청 주관 학력평가를 표본조사해보니 수학 1등급 비율이 문과(확률과 통계 선택 수험생) 6.6%, 이과(미적분, 기하) 93.4%였다. 4월 학력평가에선 문과 18%, 이과 82%로 나타났다. 격차가 줄었지만 압도적인 실력차다. 문과 수험생들은 당장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을 전망이다. 수학뿐만 아니라 국어에서도 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 등이 제대로 보정되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교육부가 추진한 문·이과 통합 수능은 일회성 정책에 그쳐 ‘수능 잔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대입 환경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어느 해보다 대입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6월 모의평가를 통해 지원 가능 대학을 추려내는 등 본격적으로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6월 모의평가 성적은 수시모집 지원 전략에 핵심 자료로 활용되므로 자신의 성적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9월 모의평가 성적은 수능 원서접수 이후에 발표되기 때문이다. 입시 전략 수립 때는 문·이과 통합 수능에 따라 수학에서 이과생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약학대학 선발 등으로 실력있는 N수생 혹은 반수생 유입이 예상되는 점, EBS 연계율 축소에 따른 수능 변별력 강화 등을 두루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험생들이 6월 모의평가 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어와 수학의 선택과목 변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문과 수학에서 이과 수학으로 넘어갈지 아니면 반대로 이과 수학에서 문과로 이동할지 어떤 게 자신에게 최선인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라면서 “두 번째로는 수시에서 자신의 등급이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하는지, 앞으로 충족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평가연구소장은 “이상과 현실을 냉정히 분석해 수시와 정시에서 실현 가능한 목표 대학을 정해야 한다. 6월 모의평가 성적이 현재 자신의 실력이라고 판단하고, 수시 모집 지원 가능권 대학을 결정하고 정시를 준비하는데 활용하는 게 좋다”라면서 “과거 통계를 보면 고3의 경우 6월 모의평가 성적보다 실제 수능에서 성적이 오르는 비율은 약 25% 내외였다. 나머지는 떨어지거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인데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입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모의평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진자나 자가격리자 등 시험장 입실이 불가능한 수험생은 온라인으로 시험을 본다. 온라인 응시 홈페이지에 접속해 답안을 입력한 후 제출하면 평가원이 별도의 성적을 제공한다. 수험생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보도록 제공하는 서비스여서 온라인 응시자의 성적은 응시생 전체 성적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평가원은 오는 30일 성적을 통보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