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랜만 ㅠㅠ” 돌아온 일상, 요양병원 곳곳서 눈물

입력 2021-06-01 17:41
요양병원·요양시설에 환자와 면회객 중 어느 한쪽이라도 접종을 완료하면 대면 면회가 가능해진 1일 오전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남편 김창일(83세)씨가 부인 구모씨(77세)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대면 면회를 하는 도중 취재진에게 심정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일 오전 9시15분, 경기도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김창일(83)씨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내의 손을 지난해 2월 이후 처음 만졌다. 그간 비대면 면회는 계속했지만 대면 면회가 안 돼 1년 넘게 아내의 손조차 못 잡았다. 요양보호사가 끌어주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나타난 아내 구모(77)씨는 남편 김씨를 보자마자 울음부터 터트렸다. 김씨는 눈물을 흘리는 아내를 달래며 손과 다리를 주물렀다.

김씨가 이날 가림막 없이 아내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2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주말에도 비대면 면회를 했다”며 “전화기로 5분간 통화를 하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걱정이 많이 돼 밤에 잠을 못 잤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지난해 2월 이후 오랜만에 보는데 모처럼 만나서 너무 좋고 반갑다”며 기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중심으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본격적인 변화가 요양병원 등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 3개월간 대면 면회를 하지 못했던 요양병원·시설에선 가족끼리 서로 손을 맞잡고 끌어안는 장면이 잇따랐다. 요양병원의 대면 면회는 지난해 3월 20일부터, 요양시설은 그보다 앞선 3월 13일부터 금지됐다. 같은 해 7월부터 비대면 면회가 가능했지만 대면 면회는 할 수 없었다.

이날 경기도 안산시 경희요양병원에서도 환자인 이모(87)씨와 보호자인 아내 김모(88)씨가 만났다. 이들은 면회실이 아닌 이씨가 있던 일반 병실에서 손을 맞잡고 웃었다. 아내는 남편을 안으며 등을 다독였다. 이씨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니까 좋다”며 눈물을 훔쳤다. “손자들도 1년이 넘도록 못 봐 보고 싶다”고 했다. 대면 면회가 가능해지면서 닫혀 있던 요양병원도 점차 일상을 회복할 전망이다. 김기주 선한빛요양병원장은 “오랫동안 대면 면회가 진행되지 않아 환자분들이 많이 우울해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는 분들이 늘었다”면서 “앞으로 환자분들의 정신 건강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간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자체적으로 문을 닫았던 경로당들도 1차, 2차 백신 접종 완료자로 출입을 제한하며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서울 구로구립 미리내 경로당은 지난해 12월 이후 거의 6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박봉용(90)씨는 “여기서 세상 살아가는 얘기, 물정 얘기를 하곤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만날 수도 없었다”며 “경로당에서 동네 사람을 만난 게 1년 만”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계획대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이번 달에만 800만명을 추가해 국민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에서 제외된 만 30세 미만에 대한 1차 접종도 곧 시작한다. 정부는 오는 7일부터 사전예약을 받아 사회필수인력 등 만 30세 미만의 화이자 백신 접종을 이달 15~26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