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 임박한 윤석열 “약점 잡힐 게 있었다면 정치 시작 안했다”

입력 2021-06-01 17:40
야권 유력 대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등판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동시에 그의 ‘처가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정치인 윤석열’이 넘어야 할 산인 셈이다. 여권 인사들은 장모가 연루된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 윤 전 총장 흔들기에 나선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야당 의원들에게 “우리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강하게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지인은 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100% 정치 활동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국민의힘 ‘6월 입당’ ‘7월 입당’ 등은 아직 소설”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스스로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이 지인은 설명했다.

6·11 전당대회 결과와 이후 새로 들어설 지도부의 당 정비 상황 등을 본 뒤 국민의힘 합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이 최근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 연쇄 접촉에 나서는 등 국민의힘 합류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뉴시스

여권은 이에 대응해 윤 전 총장 주변 문제를 찔러 들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25일 친조국 성향 단체의 집회 현장을 방문해 “윤석열의 수많은 사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하나씩 자료를 체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은 정치 시작 전 먼저 부인의 비리 의혹과 장모의 사기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물쩍 넘기기엔 드러난 범죄 의혹과 정황이 너무 크고 구체적”이라며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이 의혹들을 있는 그대로 밝히라”고 압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를 받는 윤 전 총장 장모 최모(74)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선고 기일은 7월 2일로 잡혔다. 최씨가 2013∼2015년 경기도 파주의 요양병원을 동업자 3명과 함께 개설·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원을 부정하게 받았다는 게 검찰이 기소한 혐의 골자다.

최씨가 병원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인데, 최씨 측은 “병원에 돈을 빌려줬다가 일부를 돌려받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최씨 변호인은 법정에서 윤 전 총장을 쳐내려는 목적의 정치적 수사라는 점도 내세웠다.

윤 전 총장 역시 “장모가 사기를 당하기는 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를 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최근 그를 만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전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여권에서 주변 문제 등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는 데 대해서도 “내가 약점 잡힐 게 있었다면 아예 정치를 시작할 마음도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처가 문제에 자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다만 야당 내에서도 장모 최씨에 대한 재판 결과가 윤 전 총장 정치 참여 선언 시기와 내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법치와 공정의 가치를 강조해온 만큼 유죄가 선고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전 총장 처가 관련 의혹은 대선후보 검증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며 “일단 법원 판단을 봐야겠지만, 윤 전 총장이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