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모(30)씨는 1일 오전 11시10분 회사 컴퓨터로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 페이지에 접속했다가 이내 창을 닫았다. 화면에는 ‘대기자 2000명’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신씨가 예약에 성공한 것은 두 시간 가까이 지난 뒤였다.
얀센 백신의 사전예약이 이날 0시 시작되며 곳곳에서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만 30세 이상의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까지 370만명이 백신 100만명분에 몰리다 보니 빚어진 일이었다. 80만명분의 1차 예약 물량은 이날 오후 3시30분 동났다. 추가로 예약 가능한 10만명분에 대해서는 한 시간 뒤에 예약이 재개됐다.
급한 마음에 일단 예약 버튼부터 누른 사례도 있었다. 예비군 6년차 김모(34)씨는 오전 0시20분 첫 예약에 성공했으나 12시간 뒤에 이를 취소하고 다시 예약했다. 처음엔 비어있는 병원 아무 곳이나 골라 예약을 했는데, 막상 집과의 거리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정도 좀 더 편한 날로 변경했다”며 “그래도 가장 빨리 맞을 수 있는 게 2주 뒤더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 번만 맞으면 된다는 점을 얀센 백신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민방위 2년차 권모(34)씨는 “1회 접종으로 끝나니 (이상반응으로 인한) 업무 지장이 가장 적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백신 인센티브도 한몫했다. 김씨는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받지 않게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은 거의 나오질 않으니 맞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희귀 혈전증 논란의 영향으로 만 30세 미만에 대해선 접종이 제한됐지만 안전성·유효성에 의구심을 표현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사람 아데노 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이용하는 얀센 백신은 현재까지 미국, 스위스 등 35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예방효과는 접종으로부터 14일 이후에 66.9%로 확인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임상에서도 64%의 효과를 보여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도 입증했다.
얀센 백신은 지난 4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코로나19 백신으론 세 번째였다. 앞서 해외 임상시험에서 길랑-바레 증후군과 상완신경근염, 안면마비 등 중대한 이상반응 7건이 보고됐으나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100만명분을 확보했지만 정부는 우선 90만명의 예약만 받기로 했다. 나머지 10만명분과 추후 발생할 예약 취소분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처럼 네이버·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해 예약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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