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까지 죽일 생각은…” 김태현, ‘우발적 살인’ 주장

입력 2021-06-01 17:16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태현(25)이 “가족까지 살인한 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가족은 제압만 한 상태에서 A씨를 살해한 뒤 본인은 자해할 계획이었다는 주장이다. 유족 측은 김태현을 향해 “살인마”라며 울부짖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1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 등으로 기소된 김태현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김태현은 녹색 수의와 투명 페이스실드(얼굴 투명 가림막)를 착용하고 고개를 숙인 채 법정에 들어섰다. 판사가 이름과 직업, 주소를 묻자 간단히 답변한 그는 판사가 진술거부권 등을 설명할 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날 김태현의 변호인은 “A씨의 여동생과 어머니까지 살해할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며 “(A씨 외의 피해자는)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당시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 김태현의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살인의 계획성을 부인해 형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토킹 범죄’가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A씨에게 애정을 거부 당해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A씨가 피고인의 험담을 한다는 분노에 사로잡혀 범행한 것”이라고 했다.

김태현은 지난 3월 23일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된 A씨 집에 택배 기사로 위장한 후 찾아가 A씨 여동생과 어머니를 먼저 살해한 후 귀가한 A씨까지 살해했다. 검찰은 김태현이 과도나 청테이프 등 범행에 사용할 도구를 훔치고 갈아입을 옷까지 준비한 것에 비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을 것으로 본다. 범행 직후 A씨 휴대전화의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검사가 공소사실을 나열하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반성문을 네 차례 제출했다는 판사의 말이 끝난 직후 한 유족이 “김태현! 진실을 말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유족들은 “살인마를 향한 국민의 아우성을 받아들여 달라” “다시는 사회에 나올 수 없도록 엄벌해달라”며 오열했다. 2차 공판은 오는 29일 열린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