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에 가능성을 보인 어린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국제 무대에서 시험해 볼 기회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21일 출국 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2020 도쿄올림픽이 2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 그 직전 참가해 15경기를 치르는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는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시험해 볼 절호의 기회였다.
그 발언 내용이 VNL 무대에서 실현되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매 경기 선발 명단을 바꿔가며 스쿼드 내 모든 선수들에 배구 선진국 선수들과 맞부딪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연경, 양효진, 오지영 등 기존 대표팀 주전 선수들이 매번 풀 경기를 소화하는 게 아니기에 대표팀은 좀처럼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출전 기회를 부여 받은 비주전 선수들이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올림픽을 앞둔 대표팀의 수확이다.
1일 폴란드전(0대 3 패)에서 눈에 띈 건 20세에 불과한 센터 이다현(현대건설)의 활약이었다. 이다현은 2세트 15-22에서 상대 후위 공격을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블로킹했다. 바로 다음 랠리에서도 유효 블로킹에 이어 이소영의 득점을 이끌어낸 정확한 토스를 선보인 이다현은, 17-22에서 또 다시 상대 공격을 완벽히 막아냈다.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폴란드에 고전하던 대표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연속 활약이었다. 이다현은 이 경기에서 블로킹 2개 포함 7득점을 올리며 표승주(9득점), 박정아(8득점)의 뒤를 이었다.
비단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6일 태국전에서도 이다현은 경기 중반 투입돼 블로킹 3개 포함 총 10득점을 올렸다. 라바리니 감독이 “이다현은 점프가 좋고 파워가 있으며, 블로킹에서 좋은 기술과 타이밍을 보여준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다현은 매 경기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V-리그 총 50경기만 뛰었고, 대표팀 소집도 처음이기에 경기를 치러가며 더 발전할 여지도 충분하다.
센터 박은진(22·KGC인삼공사)과 세터 염혜선이 호흡을 맞춘 빠른 속공 플레이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염혜선 등 세터와 함께 반격 상황에서 센터와 라이트를 모두 활용하는 빠른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폴란드전에선 염혜선이 2~3세트 기습적인 중앙 속공을 자주 시도했고, 이를 박은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이런 공격루트는 올림픽에서도 상대 장신 군단을 상대하는 대표팀의 확실한 득점 루트가 될 수 있다.
그 외 날개 공격수 정지윤(20·현대건설), 육서영(20·IBK기업은행)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 강력한 공격을 시도하며 감을 찾고 있다. 폴란드전에서 첫 출전해 디그 12개를 기록한 리베로 한다혜(26·GS칼텍스)도 안정감을 보였다. 라바리니 감독이 VNL을 통해 ‘어린 선수들의 활용법을 파악하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향후 경기들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