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엔 보물이 숨어있다. 약 900년 전 중국 남송 시대 도자기를 싣고 일본을 향해 가다 좌초된 배에 실려 있던 유물들이다. 지난 17일 국립해양문화재 연구소 수중발굴 조사원들이 보물 탐사를 위해 검푸른 바다에 몸을 던졌다. 주먹 두어 개 크기 지름 호스로 바닥 모래를 빨아들이자 긴 세월 바다에 잠들어있던 보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난파선의 비극이 역사적 문화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고성수 수중발굴과 주무관은 “서해 바닷속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손으로 바닥을 더듬어가며 작업해야 하고, 제주 바다는 수심이 3m에 불과하지만, 너울이 심해서 숙련자도 멀미한다”고 말했다.
신창리 발굴팀은 표면공기공급호스가 달린 잠수복을 입는다. 산소통보다 불편해도 더 오래 잠수할 수 있다. 목재 선박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세월을 견뎌낸 도자기와 금속공예품 300여점이 지금까지 발굴됐다. 발견된 유물은 바로 건져 올리지 않는다. 위치를 기록하고 꼼꼼하게 영상 자료를 남긴다. 이후 조심스럽게 건져져 해양유물연구과로 보내진다.
해양유물연구과에서 유물은 ①처리 전 조사 ②이물질 제거 ③탈염 ④세척 ⑤건조 ⑥접합 및 복원의 여섯 단계를 거친다. 해양유물 특성상 탈염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 도자기의 경우 최소 4개월 이상 민물에 넣어 염분을 빼야 한다. 염분이 제대로 빠지지 않으면 건조과정에서 소금 알갱이로 인해 도자기가 깨질 수 있다. 목재의 경우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바닷물이 빠진 공간을 약품처리 된 민물을 투입해 강도를 다시 복원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보존처리를 마친 유물은 비로소 전시장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목포와 태안 두 곳에 전시장을 운영한다. 목포 전시장의 경우 한국 최초이자 최대의 해양발굴문화재인 신안선 유물을 비롯해 총 7천7백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최유리 목포해양유물전시관 학예연구사는 “난파선은 그 당시에는 비극이지만 문화재로 남아 시대상을 엿볼 수 있으며 나아가 역사와 의미를 살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제주·목포=사진·글 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