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일본의 반도체 제조사 르네사스에 차량용 반도체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일본에서도 반도체 수급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생산은 줄어드는데, 반대로 10년 만에 폭증한 내수는 완성차 수급 불균형을 심화하고 있다. 대중교통 선진국인 일본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개인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경향이 늘면서 완성차 수요를 끌어올린 것이다.
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토요타의 글로벌 판매량은 85만944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3% 증가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중형 SUV인 라브4의 수요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닛산의 지난 4월 글로벌 판매량은 35만8656대로 1년 전보다 65% 증가했고, 혼다 내수 판매량은 4만7817대로 106% 늘었다.
문제는 완성차 생산량이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요타는 지난 4월 76만1459대를 생산했는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4월 생산량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닛산과 혼다의 지난 4월 생산량 역시 2019년과 비교해 각각 29%, 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닛산은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생산량을 기준치보다 50만대 줄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반도체 부족난에 시달리면서 살아나는 수요를 맞추지 못해 벌어진 현상이다. 토요타는 반도체 재고를 미리 끌어오는 등 공급망 타격을 선제 방어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달과 다음 달 중으로 생산설비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최근 10년간 완성차 판매 가뭄에 시달렸던 국가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개인의 차량 구매 선호도가 계속 떨어진 데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자동차 내수 시장 규모 자체가 대폭 축소된 영향이다.
그런 일본이 때아닌 수요 반등 현상을 마주하게 된 이면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자리한다. 감염병에 민감해진 시민 사이에서 개인 차량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토요타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PwC 저팬은 올해 일본의 완성차 판매량 반등 곡선이 다른 나라에 비교해 가파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도쿄에서 하루 10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출퇴근 시간에 13개 지하철 노선을 가득 메우는 풍경쯤은 일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지하철을 벗어나기 위해 신규 운전면허를 따려는 젊은 층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운전면허 발급 건수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신규 발급 대상은 대부분 2030세대였다.
완성차 수요가 유독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점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자동차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기보다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젊은 층을 지칭하는 ‘若者の車離れ(와카모노노쿠루마바나레·젊은 층의 자동차 기피)’라는 유행어까지 최근에 등장한 일본 사회였기 때문이다.
젊은 층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완성차 수요도 올라갈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PwC 저팬이 지난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코로나19로 인해 차량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답변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