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여성 부사관이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군 당국이 전면적인 수사에 나섰다. 사건 발생 3개월에 이르는 시간 동안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군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일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해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상관의 합의 종용·회유·은폐 등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군 검·경 합동수사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국방부 측은 전했다. 공군 검찰과 경찰에서 강제추행 신고 건과 사망 사건·2차 가해 여부 등을 각각 수사 중이지만 합동 수사 전환을 통해 사건 전반을 명확히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군은 공군법무실장을 팀장으로 한 군 검찰·군사경찰 합동전담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국방부 검찰단의 지원을 받는 등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사건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공군 측은 “사안 관련 조치 전반에 대해서는 공군참모차장이 직접 총괄할 계획”이라며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충남 서산 공군 모 부대 소속이던 A 중사는 선임 중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부대에 음주·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에도 선임의 참석 요구에 저녁 자리에 불려갔다가 돌아오는 차량 뒷좌석에서 신체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A 중사는 이튿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정식 신고했으며 두 달여 간 청원 휴가를 떠났다. 이후 전출된 부대로 출근한 지 나흘 만인 지난 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당일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며,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휴대전화에 남겼다고 유족 측은 전했다.
유족 측은 또 신고 이후 군에서 조직적인 은폐와 회유, 협박 등 2차 가해가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태가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내 피해자 보호 매뉴얼이 허술하다는 지적과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군 인권센터 측은 성명을 내고 “피해 당일부터 사망시점까지 3개월이 지나도록 군은 무엇을 했느냐”며 “가해자를 즉각 구속하고, 사건을 조작·축소·은폐하고자 2차 가해를 일삼은 이들과 피해자 보호에 실패한 지휘관에 대한 엄중 수사와 문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부승찬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군이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 유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군내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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