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이 귀갓길에 괴한에 끌려갔다가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건 초반 ‘피해가 없다’며 강력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등 경찰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일 괴한이 귀가 중인 여성 A씨를 강제로 끌고 가려 했다가 도주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이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2시30분쯤 A씨는 광주 서구 쌍촌동 골목길을 걷던 중 한 뒤에서 접근한 괴한에게 입을 틀어막혀 인적이 없는 주차장까지 끌려갔다.
하지만 A씨가 거세게 저항하고 비명을 지르자 괴한은 그대로 도망갔다. 여성이 탈출하지 못했다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다.
겁에 질린 A씨는 집에 도착해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관할 경찰서는 출동 단계 중 최고 수준인 코드 제로(CODE 0)로 사건을 분류하고 강력팀을 파견했다.
하지만 강력팀은 주차장으로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간 것만으로 납치, 감금 등 죄목을 미리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강력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력 범죄가 이뤄지지 않았으면 강력 사건도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또 사건은 ‘술에 취한 여성을 누군가가 밀어 넘어뜨렸다’는 식으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건은 통상적인 상해 사건으로 분류되면서 형사팀이 맡게 됐다. 하지만 형사팀은 범행 당일 CCTV를 확인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했고 강력팀이 다시 투입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형사·강력팀 공조 수사가 사건 초기부터 이뤄졌다면 진행됐어야 할 내부망 수사자료 공유도 경찰이 대응을 질타하는 언론 보도 이전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내용은 지난달 31일에서야 내부망에 공유됐다.
이에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두 팀이 수사를 함께 하고 있었지만, 내부망 등록만 늦게 한 것”이라며 “두 팀이 공조해 용의자를 추적하는 등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