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변이’ 대신 ‘알파 변이’… WHO, 새 명명법 권고

입력 2021-06-01 15:33

세계보건기구(WHO)가 ‘영국 변이’ ‘인도 변이’ 등 처음 발견된 국가에서 따온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명칭을 그리스 알파벳으로 대체하라고 31일(현지시간) 권고했다. 변이 바이러스에 국가명을 붙일 경우, 해당 국가 국민들에 대해 낙인과 차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WHO는 영국 변이(B.1.1.7)는 ‘알파’, 남아공 변이(B.1.351)는 ‘베타’, 브라질 변이(P.1)는 ‘감마’, 인도 변이(B.1.617.2)는 ‘델타’로 명명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이들 4종은 초기 형태의 코로나19보다 전파력과 치명률이 높고 현행 치료법과 백신이 잘 듣지 않는 ‘우려 변이(Variants of Concern)’로 분류돼 있다.

아울러 WHO는 우려 변이보다 단계가 낮은 ‘관심 변이(Variants of Interest)’ 바이러스 6종에 대해서도 각각 ‘엡실론’ ‘제타’ ‘에타’ ‘세타’ ‘이오타’ ‘카파’ 등 그리스 알파벳을 붙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WHO는 최근 수개월 동안 기존의 변이 바이러스 명명법을 대체하는 방안을 전문가들과 논의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 신화 등장인물에서 명칭을 따오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한다.

WHO는 그리스 알파벳이 B.1.1.7 등 형태로 이뤄진 변이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을 대체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영문 알파벳과 숫자 조합으로 이뤄진 공식 명칭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어렵고 헷갈릴 우려가 있어 보다 간단한 이름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WHO는 “공식 명칭에는 장점이 있지만 발음과 기억하기가 어렵고 잘못 말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곳을 이름으로 삼았는데 이는 낙인과 차별 효과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WHO는 각국 정부와 언론매체에 새 명명법을 적용토록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한동안 통용됐던 ‘우한 폐렴’이 낙인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코로나19라는 이름을 제안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WHO 권고를 따르지 않고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라고 지칭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이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