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짱 전주 ‘돼지카드’ 발행액 갑자기 제한 … 시민들 불만

입력 2021-06-01 15:31
'돼지카드'로 불리는 전주사랑상품권.

전북 전주시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돼지카드(전주사랑상품권)의 사용 규모를 갑자기 대폭 줄여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용 한도나 발행액을 계속 축소하면서도 카드 가입자 유치에는 계속 열을 올리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주시는 6월부터 돼지카드의 월 발행 규모를 150억원으로 설정·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시는 그동안 발행액을 한정하지 않았으나, 관련 예산이 부족해 이같이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정해진 150억원은 지난 4월 한달간 충전됐던 215억원보다 30%가 적은 액수다.

돼지카드는 지역 내 소비 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초기 월 1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고 사용액의 20%까지 적립받을 수 있어 큰 인기를 모았다.

이로 인해 반년새 시민의 24%인 15만6000여명이 가입했고 요즘도 하루 150∼200명이 들어오고 있다. 카드는 전주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코로나19로 힘든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큰 보탬을 주어 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이용자들은 앞으로 선착순으로 발행 한도까지만 충전할 수 있게 됐다. 1인당 최고액인 30만원씩 충전한다면 이용자 15만여명 가운데 5만 명만이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시는 이미 적립금을 10%로 환원하고 충전한도 역시 50만원, 30만 원으로 계속 축소했다.

전주시 인구의 절반 수준인 세종시의 경우 월 한도액을 200억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로 따지면 전주의 한도액이 당연히 많아야 하지만 액수는 오히려 세종시의 75%에 불과하다.

전주시 관계자는 “가입자가 빠른 속도로 늘었고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해 예산이 예상보다 더 소진됐다”면서 “안정적 상품권 운용을 위해 부득이하게 발행 규모를 줄이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주시가 각종 혜택으로 가입자를 끌어들이더니 이제는 충전조차 뜻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시는 돼지카드 가입자를 올해 말까지 전체 시민 65만여명의 30%선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 시민은 “갑자기 발행액 한도가 정해져 앞으로 가입자 3명 중 2명은 아예 1원도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됐다”며 “가입자를 늘리거나 실적을 쌓기 위해 계획 없이 예산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