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의사 없었다”… ‘정인이 사건‘ 아동기관 무혐의

입력 2021-06-01 15:28
생후 16개월의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달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보호책임을 소홀히 했다며 고발당한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강서아보전)에 경찰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강서아보전이 정인이의 ‘보호 의무자’가 맞는지 명확하지 않고, 수차례의 면담이나 내부 사례 회의 등의 조치를 취했던 터라 ‘유기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가 강서아보전 관장 및 팀장, 상담원 5명을 유기치사와 업무상 과실치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31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아보전 관계자들이 조치한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고발 내용에 따른 혐의가 법리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대아협은 지난 2월 강서아보전이 정인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강서아보전 기관장 등을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대아협은 “정인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3차례 들어왔음에도 피해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기관 업무 수행 지침을 다수 위반하는 등 업무상 과실을 저질러 정인이 양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고 판정하기도 했다. 경찰에게 아동학대 사건발생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강서아보전이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할 보호의무자가 맞는지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강서아보전 관계자들은 양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보호의무자로서의 법률적 지위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서아보전 측에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정신·신체적으로 타인의 조력이 필요한 대상자를 유기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강서아보전이 정인이에 대한 아동학대 관련 신고를 접수한 후 여러 조치를 취했던 점을 보아 유기의 의도성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 접수 후 수십회에 걸쳐 전화통화나 문자로 대화를 나누고 현장조사를 했었다”며 “사례 회의 등을 진행하고 수사 의뢰도 했다는 기록이 아보전 내부시스템에 기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기 의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관련해서도 경찰은 “일부 조치가 부적절하게 이뤄진 부분들이 있을지언정 양부모가 정인이를 살해하는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아협은 경찰 측의 판단이 미흡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공혜정 대아협 대표는 “아보전은 말 그대로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동에 대해 보호하라고 만든 곳이고,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해서는 부모와 분리할 정도의 권한이 있는 실제적 보호자”라며 “사례 회의 등을 하는 미온적 대처만으로 보호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 대표는 이어 “정인이의 몸을 조사한 적도 없고 의사의 말을 듣고도 별다른 분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실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대아협은 경찰 판단에 대한 법률 검토를 통해 아보전의 책임을 촉구할 추가 대응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