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값이나 잡지’… 문체부 SNS 육아이벤트 황당 폭주

입력 2021-06-01 14:45 수정 2021-06-01 18:40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 계정의 육아 관련 이벤트가 예기치 않은 폭발적인 관심에 휩싸였다. 댓글로 이벤트에 참여한 이들만 해도 2만명이 넘는다. 이벤트를 기획한 공무원들이 참여율에 당황할 정도다. 다만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여론을 조성해 보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부정적인 댓글이 더 많다. ‘육아는 힘들다’는 현실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저출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가 되레 출산 기피 현상에 기름을 붙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육아 이벤트, 댓글만 2만1000여개
문체부 인스타그램 ‘육아맞집’ 계정에서 진행한 ‘여섯 글자로 말해요’라는 이벤트가 논란의 진원지다.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육아에 대한 생각을 여섯 글자 댓글로 달아달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첨자에게는 모바일 상품권 1만원권(100명), 20만원권(6명)을 각각 지급하기로 했다. 이벤트 시작 이후 참여율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11일간 달린 댓글은 모두 2만1440개에 이른다. 1일 문체부 관계자는 “이렇게 많이 호응한 건 (전체 이벤트 중) 처음이다”고 밝혔다.

해당 이벤트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의 인구 정책 홍보를 목적으로 기획됐다. ‘함께 돌본다’는 의미의 육아맞집을 소통 창구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이벤트의 지향점인 것이다. 그런데 여론은 기획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6글자로 말하랬더니 ‘흰머리생성기’
기발하면서도 씁쓸한 댓글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벤트에 참여한 댓글 중 ‘인내심테스트’ ‘위대한RPG(롤플레이잉게임)’ ‘철인오종경기’ ‘흰머리생성기’ ‘사랑의도전장’등의 문구들이 인상적이다. ‘갈수록 레벨업’처럼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댓글이나 ‘몰랐었던 행복’처럼 긍정적인 평가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육아가 얼마나 힘든 지를 토로하는 댓글이 절대 다수다.

사회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8명에 그쳤다. 1분기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래 최저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벤트 자체가 육아가 얼마나 힘든 지를 홍보하는 창구로 탈바꿈한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벤트 최종 당첨자는 오는 3일 발표될 예정이다. 선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맛에 맞는 댓글을 뽑자니 여론과 배치되고 기획 의도와 다른 댓글을 뽑자니 취지에 어긋나는 점 때문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안정적이어야 아이를 낳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냐. 청년들이 얼마나 불안정하게 살고 있는가를 저출산 대책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