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로펌에서 근무하던 신입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표 변호사가 최소 2명의 후배 변호사에게 추가 성폭력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자 측은 “피의자 사망으로 수사를 중단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의 변호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지난 31일 오전 11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에는 열악한 지위에서 가해자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추가 피해자들이 최소한 2명 이상 존재한다”며 “검찰과 경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되는 것과 별개로 수사 결과를 공개하고 대한변협 등 법조계는 피해자 보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추가 피해자의 존재는 A씨가 B씨에게 피해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변호사는 “로펌 내에서 가해자가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성비위에 대한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며 “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었다. 그것은 미투를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냐’며 피해자 2명을 직접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이후 피해자가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확인한 결과 피해자 외에 추가 피해자가 적어도 5명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A씨 측은 지난 3월 8일 신분이 확인된 추가 피해자 2명의 이름과 연락처, 피해사실 등을 관련 증거와 함께 의견서로 정리해 서초경찰서에 제출하고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
피해자 측은 “지난 26일 피의자 사망 이후 심각한 수준의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며 “법조계 내에서 피해자 신상 정보를 캐려 하거나 피해자의 고소나 공론화 동기를 왜곡하는 뒷이야기가 무성하게 오가고 있다”고 했다.
“이는 피해자가 업계에서 막 뿌리내리기 시작한 초임 변호사로서 쉽지 않았을 문제 제기의 고민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 이 변호사는 “추가 피해자와 참고인, 피해자 변호사에 대해서도 심각한 상처를 남기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2차 가해가 극심한 만큼 경찰과 검찰이 그간의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의자 사망 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수사 금지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이 변호사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와 판단은 피해자가 떠안을 2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의자의 극단적 선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는 2차 가해 중단과 수사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그는 이 변호사가 대독한 입장문에서 “지난 24일 최초 보도된 사건 기사를 보고 ‘변호사가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성폭력을 당하는 게 말이 되냐’고 말하는 많은 글을 봤다”며 “‘내 한 몸 지키지 못한 내가 변호사 자격이 있을까’ 이것은 지난 1년간 나 자신에게 계속 던졌던 질문이고 스스로를 혐오하게 만든 굴레였다”고 말했다.
A씨는 “(공론화는) 목을 졸라오는 자기혐오에서 저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지만 가해자 자살로 악의에 찬 질문과 의혹 어린 시선 속에 남게 됐다”며 “지난 6개월간 사건을 수사하고 결론내린 경찰의 판단과 이를 근거로 한 검찰 입장을 알고 싶다. 피해자로 수사 내용을 알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수습 변호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사건은 법조계가 새로 진입하는 청년변호사들의 열악한 지위를 외면하고 있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한 그는 “수습 변호사 제도 본연의 취지가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제도가 초임 변호사들의 지위를 열악하게 만들지 않고 역량강화를 하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초임 변호사인 A씨는 2019년 3월 31일부터 4월 26일까지 로펌 대표가 자신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고 한다. 2차례 강제추행, 4차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4차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을 겪은 A씨는 지난해 6월 15일자로 회사에서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숨진 로펌 대표는 지난해 9월까지 A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했고, 결국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로펌 대표를 경찰에 고소한 A씨는 지난해 12월 31일 피해자 조사를 받았고, 그로부터 4개월 지난 지난달 23일 로럼 대표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로펌 대표는 지난달 26일 피의자 조사를 받던 중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