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 기회를 호소한다”던 조주빈, 오늘 2심 선고

입력 2021-06-01 05:55 수정 2021-06-01 10:12
조주빈이 지난해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1심에서 총 징역 45년을 선고받은 조주빈(25)의 항소심 선고가 1일 내려진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이날 오후 2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및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 등 박사방 연루자 6명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이번 항소심 선고에서도 주된 쟁점은 박사방이 조주빈을 중심으로 실제 공동의 목적을 갖고 역할을 분담한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조주빈은 성범죄 관련 혐의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박사방이 범죄집단이라는 점은 부인하고 있다. 범죄집단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역할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도적·독단적으로 개설한 것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죄단체조직죄 구성요건은 ▲다수의 구성원 ▲공동의 목적 ▲시간적인 계속성 ▲통솔체계 등이다. 이 중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진 박사방 범죄에서 ‘공동의 목적’과 ‘통솔체계’가 인정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조주빈이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 기각된 부분을 제외하고 성범죄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박사방이 텔레그램상 ‘닉네임’으로 특정 가능한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졌고, 조주빈을 중심으로 한 통솔체계하에 성착취물 제공이나 고액방에 들어가기 위한 공동의 목적을 가진 범죄집단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사도 인간인지라 흉악범이 범행을 후회하고 반성하면 측은한 마음이 느껴지는데 조주빈은 범행 축소만 급급할 뿐 반성을 찾기 힘들다”며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또 ‘도널드푸틴’ 강모(25)씨에게 징역 16년을, ‘랄로’ 천모(29)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태평양’ 이모(17)군에게는 장기 10년에 단기 5년, ‘블루99’ 임모(34)씨와 ‘오뎅’ 장모(41)씨에게는 각각 징역 13년과 징역 10년이 구형됐다.

피해자는 변호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시간이 흘렀지만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며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피해자들이 많은데 잊지 말아 달라. 형량을 낮추지만 말아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조주빈은 최후진술을 통해 “법이 저를 혼내주길 마땅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편 저는 법 앞에 기회를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면서 “제 욕심을 위한 기회가 아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대로 허투루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주빈은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 8명과 성인 17명에 대해 협박 등 방법으로 성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영리 목적으로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배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할 목적으로 나머지 조직원들과 함께 박사방이라는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으며, 이후 기존 성범죄 사건에 병합됐다.

1심은 ‘박사방’이 공동 목적을 가지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 통솔체계가 있는 범죄집단이 맞는다며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조주빈은 박사방 범죄수익을 가상화폐로 지급받아 환전하는 방법으로 53회에 걸쳐 약 1억800만원의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추가로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기존 성범죄 재판에 병합돼 심리가 진행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