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악화와 코로나 걱정에…” 갑질 피해 고깃집 잠정 휴업

입력 2021-06-01 05:12 수정 2021-06-01 09:58
보배드림 캡처

손님에게 갑질 피해를 당한 경기도 양주시 고깃집이 잠정 휴업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사건 이후 식당 업주의 건강 악화와 코로나19에 따른 방역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손님의 갑질을 폭로했던 고깃집 사장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당분간 잠정 휴무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달 31일 올렸다. 식당 사장은 글을 통해 “당분간 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며 “건강이 악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그는 이어 “멀리서 오신 분들 헛걸음하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두 번째 이유는 코로나19 방역 때문이라고 했다. 식당 사장은 “이번 사건의 발단은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이었다”며 “너무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고맙기도 하지만 걱정 또한 많이 됐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역인데 지금 너무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식당 사장은 또 “혹여나 여기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고깃집은 손님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돈쭐(돈으로 업주를 응원한다는 뜻의 신조어)을 내주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가게 앞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이용자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화환과 피로회복제 등이 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식당 사장은 “갑질 모녀를 고소하겠다”면서 “절대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간혹 주위에서 ‘이쯤 되면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저희는 합의를 안 할 것”이라고 한 식당 사장은 “저희가 좋게 끝내면 또 똑같은 일이 비일비재할 것 같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억지 갑질을 하면 끝까지 간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한 식당 사장은 “내일은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추가 글을 통해 합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번 사건에서 통화 내용과 CCTV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런 자료가 없었다면 이 모녀가 다른 대형 커뮤니티에 (리뷰를) 글을 썼을 경우 아무 증거 없는 우리는 1주일 안에 폐업했을 것”이라며 “이런 일이 아마 엄청 많은 거로 알고 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되겠다 싶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이 식당 사장은 지난 27일 보배드림에 ‘음식 다 먹고 나간 다음 환불해 달라고. 황당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갑질 손님을 폭로했었다. 글에 따르면 한 손님이 음식을 다 먹고 나가면서 뒤늦게 온 손님들이 자신의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았다는 이유로 항의하며 환불을 요구했다. 식당 측이 해당 손님에게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후 이들은 매장으로 전화해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환불을 요구했다. 식당 사장은 이 같은 폭로와 함께 당시 통화 녹취록과 문자 메시지 등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과 문자 등을 보면 손님으로 추정되는 여성은 “방역수칙 어겼다고 신고하면 300만원이다” “협박하면 어떠냐. 네까짓 게 뭐라고! X가지 없는 X! 가난한 XX들 협박하면 대체 얼마 줄 건데” “난 10만원 내면 되니까 너희 업소는 300만원 내고 끝내” “주말에 한번 엎어볼까” 등의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경찰은 지난 29일 해당 식당을 방문해 추가적인 위협과 협박이 있었는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