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 부사관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자신을 해당 부사관의 부모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지난 3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공군 부대 내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 내 은폐, 회유, 압박 등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며 “내 딸은 자신의 마지막까지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떠났다”고 호소했다.
A씨는 “타 부대로 전속한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에게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인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정식 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했다”며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 달라”고 말했다.
또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은 채 발생하고 있고,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피해자가 더 힘들고 괴로워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처참하고 참담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는 우리 가족과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딸의 억울함을 풀고 장례를 치러 편히 안식할 수 있게 간곡히 호소하니 도와 달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충남 서산에 있는 공군 모 부대 소속 B중사는 지난 3월 초 선임인 C중사로부터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음주 및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었지만 ‘반드시 참석하라’는 C중사의 압박에 못 견딘 B중사는 결국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저녁 자리에 갔다가 귀가하는 차 안에서 추행을 당했다. 당시 차 안에는 두 사람과 운전하는 후임 부사관만 있었다.
B중사는 피해 다음 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이틀 뒤 두 달여간 청원휴가를 갔다. 또 자발적으로 부대 전출 요청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은 B중사가 피해를 신고한 후 조직적인 회유에 시달렸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날 MBC 인터뷰에서 직속 상관이 상부에 보고하는 대신 저녁을 먹자며 회유를 한 것은 물론 방역지침을 어긴 동료 군인들을 생각해 달라고 회유한 상관도 있었다고 했다. 심지어 같은 군인인 B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해 달라고 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청원휴가가 끝난 뒤인 5월 18일 B중사는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공군 측은 “현재 강제 추행 건에 대해서는 군 검찰에서, 사망 사건 및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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