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공군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충남 서산에 있는 공군 모 부대 소속 A중사는 지난 3월 초 선임인 B중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군 당국에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음주·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었으나 ‘반드시 참석하라’는 B중사 압박에 A중사는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저녁 자리에 갔다가 귀가하는 차 뒷자리에서 추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안에는 두 중사 외에 운전하던 후임 부사관이 있었다.
A중사는 피해 다음 날 즉각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두 달여간 청원 휴가를 가고, 자발적으로 부대 전출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A중사는 청원휴가가 끝난 뒤인 지난 18일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A중사가 피해 신고 이후 부대 측으로부터 조직적인 회유를 받아 힘들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이 이날 MBC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A중사가 피해 사실을 신고한 이후 직속 상관은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는 대신 A중사에게 함께 저녁을 먹자며 회유했다고 한다. 방역 지침을 어긴 다른 동료 군인들을 생각해 달라는 이유로 회유하는가 하면 같은 군인이던 남자친구에게도 A중사를 설득해 달라며 연락해 왔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A중사는 이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날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유족들은 장례도 미룬 채 군 당국의 조직적 은폐와 회유 등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측은 “현재 강제 추행 건에 대해서는 군 검찰에서, 사망 사건 및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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