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소년의 삶은 어떨까. 시대는 무척 달라졌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이 삶 가운데 느끼는 '억압'은 존재한다. 그 생생한 실태와 이를 바꿔보려 노력해온 이들의 목소리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①"학생답지 못하게…" 청소년 '억압 사례'돋보기
②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 '치이즈'이야기
①"학생답지 못하게…" 청소년 '억압 사례'돋보기
②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 '치이즈'이야기
지난 18일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용의규제를 학칙으로 지정해 둔 서울시 33개 학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했다. 이는 ‘모든 청소년이 인권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려는 아수나로의 수많은 걸음 중 하나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의 변화는 눈에 띄게 더디다.
아수나로의 치이즈 활동가는 올해로 아수나로 활동 경력 7년 차다. 고등학교 때 일반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상임활동가로 적극 활동 중이다. 그는 “아수나로가 설립된 지 16년이 지났는데도 두발규제, 복장규제 등 청소년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최근 아수나로 사무실에서 치이즈 상임활동가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주의하는 단어나 표현이 있는지 묻고 싶다.
단체활동을 하면서 ‘애들’이라는 표현보다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사람들’이라고 하면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아직 어색한 표현이지만 ‘애들’이 아니라 ‘사람들’이라 말한다. 특히 요즘에 많이 사용하는 ‘잼민이’와 같은 표현은 어린이를 비하하는 말이라는 걸 알리고 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는 어떻게 구성돼있나.
중·고등학생 등 일반 청소년 회원은 170명 정도 된다. 적극적으로 기획 등에 참여하는 활동 회원은 13명 안팎, 상임활동가는 두 명 있다. 저 같은 상임활동가가 기본 운영을 책임진다면 지역별 행사나 연대 활동은 활동 회원들이 각 지부에서 주도한다. 활동은 주로 서울, 부산, 광주 등에 있는 지부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으로 이뤄진다. 지역별 지부는 서울을 포함해서 총 7개 지역에 있지만, 지역에 따라 생기기도 없어지기도 한다.
-아수나로만의 정체성이 궁금하다.
아수나로는 모든 청소년의 권리를 위해 활동한다. 해당 나이대의 미성년자를 학생이 아닌 ‘청소년’이라고 통칭하는 이유는 ‘학생’이라는 표현이 ‘청소년은 학교에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로 학교와 지역사회, 가정 등에서 나이로 인해 차별과 억압을 받는 청소년들의 문제들을 발굴해 의제화한다.
-‘학생답다’, ‘학생다운’ 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특별히 이유가 있는지.
요즘 우리 사회에서 ‘~답다’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그런 표현 자체가 고정관념이나 기존의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답다’는 용어에 대해서는 그런 문제의식이 없다. 이는 그만큼 청소년이 억압당하는 약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답다’는 표현은 청소년들이 두발이나 겉모습을 꾸미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제에 목소리를 내거나 반박하는 것도 금기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며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만 받고 (문제 해결은 안 된 채) 끝나버리는 경우도 적잖다. 이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는 청소년들도 많이 만났다.
-문제 상황을 파악한 후에는 이를 바꾸기 위해 어떤 활동을 진행했나.
지난 3월부터 SNS 등에서 문제를 가시화했고 언론에 공개 제보를 했다. 학칙 등에 문제가 있다고 제보가 들어온 학교 앞을 찾아가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캠페인도 진행했다. 서울시 교육감 학생청원 등을 제기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과에 연락을 취해 진정을 넣기도 했다. (진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실제 학칙이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파악 절차가 있어야 한다.
-학칙과 관련한 문제를 알아보려 지난 3월 15일부터 5월 12일까지 ‘우리 학교에 아직도 이런 복장 규제가 있어요!’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서울 55개 학교, 전국 152개 학교 초중고 학생들이 인권 침해적인 복장 규제를 고발했고 약 400건에 가까운 제보가 접수됐다. (학생들이)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감옥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자신을 검열하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니며 복장조차 편안할 수 없다는 게 이 사회가 얼마나 학생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보는지, (학생들에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위축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지난 3월 서울시의회는 ‘학칙으로 복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삭제했다.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지.
해당 조항이 삭제됐음에도 여전히 억압받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학생인권조례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지나친 교복 규정이 문제가 돼 교육청이 각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고는 하는데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현상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권리에 대해 먼저 인지하고 왜 이를 침해하면 안 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또 학생 인권법을 제정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운영위원회’에 정작 학생들의 목소리는 빠져있다는 지적이 있다.
학운위에서는 학칙 재개정, 학교의 예산 결정, 교복과 체육복, 졸업앨범, 방학 기간 중, 급식 등 기본적인 것들을 정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학생보다 학부모, 교사, 지역 전문가들이 학운위 주체로 참여했다. 이번에 서울시 교육감이 (학운위에) 10%~20%까지 학생 참여를 보장하자는 개정안을 요구했는데 학생이 50%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학운위를 구성하는 학생 비율 자체가 낮아 학생들이 목소리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지.
현장과 정책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걸 느끼지만 낙관적인 생각도 품는다. 저만해도 청소년 인권을 몰랐을 때와 알고 난 뒤가 다르다. 밤 11시 반까지 교복을 입고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상황에서 이게 문제라는 것을 알고 (상황을) 바꾸려고 시도할 때와 그런 문제의식조차 없었을 때는 다르다. 어떤 분들은 사회 교과서에 나온 인권이라는 말을 보고, 또 다른 이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아수나로에 메일을 보내고 인터뷰 대상이 되기를 자처하기도 한다. 그런 분들이 모여 조금씩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
노유림·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