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스크 생산 업체들이 ‘장당 1센트’에 팔리는 중국산 저가 제품 탓에 파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중국이 발끈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 정치인과 언론의 중국 탓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배은망덕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논란에 불을 당긴 건 미 뉴욕타임스(NYT) 보도였다. NYT는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마스크 시장에 뛰어든 미국 업체 20여곳이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탓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중 최소 3곳은 마스크와 의료용 가운 생산을 중단했고 나머지 업체들도 생산량을 크게 줄였다고 한다. 미 업체들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스크 착용 규제를 완화해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올해 초 중국산 마스크가 미국 시장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중국산 수술용 마스크 수입 가격은 장당 최저 1센트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산 제품은 장당 10~15센트에 팔리고 있다. 중국산 마스크 가격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가격 경쟁에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미 마스크제조업협회는 중국산 방역 수입품이 제조 원가보다 낮게 팔리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불공정 무역으로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스크뿐 아니라 방호복 등 다른 코로나19 방역 제품도 시장 상황은 비슷하다. 미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183년 된 한 섬유 업체는 현지 병원에 의료 물자가 부족하자 방호복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재고가 100만개가량 쌓여 생산을 중단했다. 이 업체가 만드는 방호복은 18달러. 하지만 중국산 방호복은 6달러면 구입할 수 있다.
업체들의 원성이 자자해지자 미 의회와 정부도 가세했다. 팀 매닝 백악관 코로나19 공급조정관은 연방 기관에 미국산 제품 조달을 독려하고 미국산 제품을 전략적 비축 물자로 확보하기 위해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업계는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이 마스크 부족 사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중국 업체가 코로나19 방역 물품을 적시에 납품해 큰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산 제품이 싼 건 정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대규모 생산 능력과 공급라인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가오링윤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은 과거 마스크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때 값싸고 품질 좋은 중국산 마스크가 미국으로 수출돼 코로나19 예방과 방역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 정부가 중국산 방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 마스크 수입을 촉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 정치인, 언론의 의혹 제기는 이들이 중국의 마스크 생산 산업과 수출 과정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통상 중국 마스크는 생산 업체가 미국에 직접 수출하지 않고 중간 판매상이 먼저 사들인 뒤 미 업체에 되파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미 수입 업체가 중국산 마스크를 얼마에 사들여 시장에 파는지는 중국 업체와 무관하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중국의 한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미국 외에도 인도 등 다른 국가의 주문이 밀려 공장을 24시간 돌리고 있다”며 “미국에 수출하면서 덤핑이라는 비난을 받는다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2242억개, 금액으로 치면 3400억위안(약 59조원)에 달하는 마스크를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중 미국 수출량은 약 400억개(17.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만 놓고 보면 미국인 1명당 중국산 마스크 120개가 돌아간 셈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