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사건 당시 변호사)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이 있다”는 진술을 듣고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영상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 A경사는 블랙박스 업체 주인으로부터 ‘택시기사가 폭행 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해갔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영상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서울경찰청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11월 사건 당시 폭행 피해자인 택시기사는 “영상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블랙박스 업체 주인이 이와 배치되는 주장을 했는데도 그대로 택시기사의 진술만을 서울경찰청에 보고한 것이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조사 중 경찰은 31일 이 차관 사건에 대한 정식 수사라인 보고는 없었다고 재차 해명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청에는 보고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소환된 이 차관은 19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이날 오전 3시20분쯤 귀가했다.
검찰도 이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는 이날 서초서 B경감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B경감은 지난해 사건 발생 당시 조사를 맡았던 A경사의 형사팀 팀장이다. 서초서 관계자들은 이 차관 사건이 내사종결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직후 시민단체에 의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됐었다.
검찰은 B경감을 상대로 사건 조사 당시 이 차관의 지위를 인식했는지,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외압은 없었는지 등의 의혹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이 사건을 내사종결할 때 경찰 윗선에 이 차관의 신분이나 처분 방향을 보고했는지 여부도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차관을 ‘평범한 변호사’로 알고 있었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진상조사 결과 다수의 서초서 간부가 이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냈다는 정보를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앞서 지난 22일 이 차관을 불러 폭행 경위 등을 두루 확인했다. 이 차관은 지난 28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아직 사표가 수리되진 않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